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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gularmeeting Mar 20. 2019

커피 마시러 시애틀 2

시애틀 도착

시애틀 도착.

10시간의 비행은 금방 지나갔다. 영화 한 편 보고 조금 자다가 책 좀 읽고 기내식 두 번 먹고.


추웠다. 물론 대비는 하고 왔지만, 예상보다 더 추웠다. 그리고 휑했다.

내리자마자 열차를 타러 갔다. 공항에서 연결된 열차를 타고 시내에 갈 수 있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고.

단점은 역까지 꽤 멀다는 것이다. 수많은 에스컬레이터와 주차장을 지나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시작이구나"


사실 혼자 해외여행은 처음이다. 오기 전부터 걱정이 상당히 많았다. 가서 길은 잘 찾고 다닐 수 있을지. 밥은 혼자 잘 먹고 다닐 수 있을까, 혼자 외롭지는 않을까,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라는 걱정들. 그런 것들이 모여 가지 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두려움이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도전이지 뭐. 두려운 것들 피하기만 하면 성장할 수 없어."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첫걸음을 내디뎠다.


-


"Hi, How are you?"


첫인사.

지난번에도 느꼈던 거지만, 미국에서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얘기를 나누게 되면 항상 눈을 마주치면서 안부를 묻는 걸로 시작한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건 마치 깜빡이도 안 켜고 머리부터 들이미는 것처럼 매너 없는 행동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무사히 표를 사서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창밖을 보니 파랗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파란색이었다. 카메라를 꺼냈다.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 지금 눈앞의 모습을 담는 것이 나에겐 더 중요했다.

시애틀 공항에서 다운타운으로 가는 지하철

역에 멈출 때마다 들리는 방송은 잘 들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잘 못 알아 들었다. 평소 듣기에는 자신 있었던 나는, 이때부터 작은 멘틀 조각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구글 맵을 계속 봐가며 내가 내려야 할 곳에 다 와가는지 계속 체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도에서 내 위치가 훅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고 말았다. 지상과 지하를 드나들다 보니 GPS가 실시간으로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다.


첫 일정부터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내 심장은 심하게 요동쳤지만, "침착하자"를 세 번 곱씹은 다음 일단은 내렸다. 위치를 살펴보니 다행히 한 정거장 밖에 지나치지 않았다. 거꾸로 가는 기차를 다시 타고, 금방 다시 내렸다.


-


역에서 숙소까지 꽤 멀었다. 지도상으로 봤을 때는 가까워 보였는데, 내가 지도를 너무 축소했었나 보다.

드륵드륵 거리며 캐리어를 끌고 조용한 주택가를 오르는데, 뭔가 이상했다. 주변에는 호텔도 없었고 다른 숙박업 체나 일반 가게들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정말 주거지역이었고 아주 조용했다. (실제로 여기 머무는 5일 동안, 이 동네에서 동양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동네를 잘못 선택했구나"


지나가면서 다들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여기에 네가 왜 있어 같은 눈빛들.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짐을 놓고 쉬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다. 겨우 찾아 도착한 숙소. 주택가들 사이에 뜬금없이 빌딩 하나가 있었다. 여기서 멘틀 조각이 또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내 방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 숙소의 특징은 직원이 상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체크인하는 당일에 비밀번호 코드를 문자로 전송받고 손님 알아서 출입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내가 받은 비밀번호로 방문이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바로 연락을 했다. 서툰 영어로 간단하게 문자를 보냈고 몇 분 후 다행히 답장을 받았다. 새로운 비밀번호를 받았고 다행히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시애틀에서 머물렀던  Capitol hill 지역의 숙소

창문이 세 개나 있다. 햇빛도 잘 들어오고, 침대도 크고, 개인 욕실까지 있다. 들어와서 짐을 풀고 한숨을 돌리고 나니까, 여기를 힘들게 올라오면서 숙소를 잘못 선택했나 싶었던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됐다.


짐을 풀고, 조금 씻고 정리하고 보니 오후 5시가 좀 지났다. 오늘은 이대로 쉴까 아니면 시내를 한번 다녀와볼까 고민을 아주 잠깐 했다. 첫날이라 피곤하지만 그래도 안 나가면 아쉬움이 클 것 같았다. 구글맵을 살펴보니 한국에서 저장해놓은 수많은 카페 중 딱 한 곳이 이 근처에 유일하게 있었다.


‘Espresso  Vivace’


"여기만 잠깐 다녀오자"


여기만 잠깐 다녀오려던 나의 다짐은, 숙소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깨져버렸다. 저녁 공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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