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느낀다.
발바닥에 뭐가 걸린다. 살이 조금 까졌길래 끄트머리를 잡고 떼어내려 했다. 조금씩 뜯어 내다 보니 깊어진다. 한 겹, 두 겹. 점점 상처 범위가 커지고 깊어져 이제는 피가 나기 시작한다. 새빨간 피.
사실 손에 묻어있던 빨간 피를 보지 못했다면 피가 흐르는 줄도 모르고 계속 파 냈을지도 모른다.
그제야 아프다. 뜯는 걸 멈추고 휴지를 가져와 피를 닦아냈다. 작은 걸림돌을 없애려다 꽤 깊은 영광(?)의 상처만 얻었다. 나는 익숙하게 과산화수소로 대충 소독을 하고 연고를 덕지덕지 바른다. 반창고를 붙일 때도 있는데 그때는 당장 신발을 신어야 하는 경우다. 오늘처럼 자기 전에는 그냥 공기가 통하게 둔다.
대충 마무리하고 한쪽 발을 절뚝거리며 거실 베란다로 간다. 이 시간에 거실 베란다에서 보이는 야경은 정말 멋지다. 서울에 여느 야경 명소에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수많은 아파트와 주택의 불빛들,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들 그리고 가로등. 나는 야경을 정말 좋아한다. 외롭다고 느낄 때가 많아서 인지 아니면 너무 어지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의도적으로 외롭게 있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한 밤중 야경을 말없이 즐기는 건 내 오랜 취미다.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시험기간이면 독서실을 가곤 했었는데 거기에 옥상이 있었다. 공부를 하다가 답답하면 휴게실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를 사서 혼자 옥상을 자주 갔었다. 노래를 들으며 한밤중에 까만 공기와 도시의 불빛 들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편안함을 느꼈다.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심적으로 힘들 때나 고민이 많을 때 거실에서 보이는 야경을 안주삼아 맥주 한 캔 정도를 먹곤 했었다. 안주도 없이 그냥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맥주를 빠르게 마시곤 했는데, 요즘엔 그것도 못한 지 오래다. 일단 요즘은 심적으로 엄청 힘든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출근 전날 술을 먹게 되면 다음날 거의 절대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야경을 보면서 요즘 사는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 특별한 사건 사고도 없었고, 행복하거나 슬픈 일도 크게 없었다. 약간의 호감 또는 불호를 느끼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 가장 큰 사건이었는데, 그 마저도 흐지부지 끝나버린 것 같아서 조금 허무하긴 하다.
그러게. 요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