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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장장 Mar 21. 2023

사점(死點)과의 동행

재작년까지는 그래도 주중에 피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통해서 운동을 했다. 그런데 작년에는 프로젝트와 함께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 등으로 논문 등을 쓰고 강의도 하다 보니 핑계일 수 있겠으나 운동을 거의 못해 올해는 나빠진 건강을 느끼며 다시금 운동을 해본다. 달라진 것은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걷기 등을 시작한 것이다.


한참 운동하지 않고 다시 운동을 하다 보면 다리도 후들거릴 때가 있었다. 이제는 1-2달 다시 운동을 하다 보니 많이 나아진 것 같다. 그러다가 2주 전 모처럼 좀 더 높은 산에 갔다. 역시 산은 오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은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신록의 푸르름은 없지만 곧 다가올 푸르름을 위한 기지개를 켜는 것 같다.


최근에 1-2달은 보통의 걸음으로 한강이나 둘레 길 그리고 집 주위를 산책하듯 걸었다. 모처럼 높은 산에 오니 자연 속을 걷는다는 느낌이 좋았다. 20-30분 주변의 경치를 보며 나만의 망중한 속에서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제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고통이 스멀스멀 다가옴을 느낀다. 


그런데 그 다가옴이 왠지 나를 설레게 한다. 지난 1-2달 나름 가볍게 라도 운동하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잠시 후 닥칠 고통을 무덤덤하게 기다리게 된다.


산의 경사를 따라 발길을 계속 옮긴다…


산에 오르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오늘 이 산은 오르는 길이 더 가파르고 하산하는 길이 상대적으로 무난한 코스를 선택했다. 이제 숨도 차기 시작하고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느끼는 그 순간, ’사점’이 다가온 것이다! 마치 오랫동안 보지 못한 거친 친구를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사점(死點)은 영어로는 dead point라고 한다. 사점이란 죽을 만큼 괴로운 시기를 말한다. 장거리 달리기나 등산 등을 할 때 숨이 차며 고통을 느끼게 되는 극단적인 고통의 시점을 사점이라 한다. 


오래전 사점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난 숨차면 힘들다는 생각만 했고 참기는 했으나 어쩔 줄 모르고 힘들다는 부정적인 생각만을 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이 사점이고 체력이 감당만 할 수 있다면 가능한 한 계속 사점 속에서 쭉 가는 것이 그것을 이기는 방법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사점의 고통은 견딜 만해지고 오히려 그 속에서 숨은 차고 몸은 힘들지만 정신은 평온해 오는 묘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지난 1년 이상 느끼지 못했던 사점의 고통이 다가온 것이다. 그 사점이 올 것을 알고 있었고 그와의 동행 속에서 느끼는 묘한 느낌을 알고 그것이 지난 후에 다가올 그와의 동행에서의 나 자신과의 대화를 알기에 다리는 힘들지만 마음은 평온하게 한발 한발 옮긴다. 


그렇게 한발 한발 깔딱 고개도 오르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면 숨겨져 있던 정상이 나를 반겨준다. 내가 전문 산악인처럼 강한 것은 아니나 내 체력에서 느끼는 사점의 고통을 유지하면서 산행하는 속에서 인생의 맛도 느끼게 된다.


산행 속에서 찾아온 사점은 오히려 산행에서 나에게 찾아온 친구이고 끊임없이 나에게 집중하게 하고 세상의 잡념을 없애 주는 명약이다. 그리고 그 친구와 함께 느끼는 평온함. 누구는 그 평온함을 second wind라고 한다. 정의가 무엇이 되었든 고통 속에서의 유희가 공존하는 느낌~


사점이라는 말을 하다 보니 문득 오래전 재미있게 보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존 말코비치가 출연한 영화 “사선에서”가 생각난다. 물론 원제는 사선이 아니라 “In the Line of Fire”이다. 다소 생각 중에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사점과 사선이라는 단어를 통해 ‘점(point)’과 ‘선(line)’이라는 것을 생각하다 보니 마치 사점이라는 하나의 point에 도달한 경우 바로 휴식하거나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0차원의 점이 1차원의 선으로 되듯이 쭉 가다 보면 좀 더 색다른 것을 얻게 되는 것 같다. Hypertext처럼 잠시 생각을 했지만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인생 속에서 우리는 마치 죽을 것 같은 상황(point)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그것을 견디어 내면(line) 무엇인가 나름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second wind) 발견하는 것 같다. 사점이 처음에는 고통처럼 시작되나 그와 함께 가다 보면 고통 속에서 건강과 기쁨을 주듯이… 


그래서 바람 속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사점(死點)이 있는 산(山)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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