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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Apr 30. 2024

질문지 작성부터 리브랜딩은 시작된다

리브랜딩을 위한 좋은 질문 (인하우스 version)

리브랜딩을 위한 좋은 질문이란 무엇일까? 대행사에서 근무 당시 매번 생각했던 물음이다. 대행사 때는 클라이언트와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귀하다 보니 질문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어떤 답을 들어야 프로젝트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프로젝트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어떻게 질문해야 프로젝트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질문지를 작성할 때마다 모든 신경을 집중해 한 자 한 자를 적었다. 이전에 했던 자료도 뒤져보고 기자들의 질문들을 참고하며 프로젝트에 알맞은 질문을 작성하려 매번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을 쏟아붓다 보니 재밌는 말도 제법 들었다. 질문이 어려워 도망가고 싶다, 질문의 답을 생각하면서 잊고 있던 중요한 부분이 생각났다는 둥 여러 말을 들었다. 그중에서도 한 스타트업 대표님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쏘뇨씨의 질문이 너무 좋네요. 기자들도 이런 깊은 질문을 물어봐야 해요. 질문의 답변을 정리해 직원들에게 나눠줘야겠어요.”



이번에는 리브랜딩 시 좋은 질문에 대해 두 가지 버전으로 적어보려 한다. 첫 번째 글은 인하우스에서 리브랜딩을 할 때 어떤 질문들이 좋은지를 다룰 것이고, 두 번째는 대행사에서 누군가를 리브랜딩 할 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로 적어볼까 한다. 물론 이 두 개가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회사의 미션, 비전 등 플랫폼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근본에 가까운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은 동일하다. 다만 입장의 차이, 위치의 차이에서 질문의 강도는 달라진다. 인하우스는 직원들의 공감을 얻는 것을 더불어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질문을 진행해야 하며 대행사의 경우 상황을 빠삭하게 이해하고 클라이언트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질문해야 한다. 이렇게 각자의 질문 접근 방식이 있다.




I. 인하우스 리브랜딩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느 순간 회사에 리브랜딩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인원들이 많이 바뀌었거나 전환율이 좋지 않거나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모든 콘텐츠가 어필이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리브랜딩의 유혹에 잠긴다. 막상 리브랜딩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승인 나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진다. 리브랜딩을 잘하는 대행사와 미팅을 잡을 수도 있고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고용할 수 있지만 만약 예산이 없어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내부에서 진행해야 한다면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한층 무거워진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리브랜딩은 시작은 질문이라고 책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질문을 적으려 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 가장 좋은 출발 지점은 내부가 아닌 외부다. 우리는 리브랜딩을 위한 질문을 만들 때 자연스레 내부를 먼저 생각한다. 당연 우리 브랜드이기 때문에 내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질문들로 시작한다. 예로 (회사 생활 or 우리 제품에서) 어떤 점이 불편한 지, (우리 서비스 or 제품)에서 어떤 부분이 보완 됐으면 하는지, 우리만의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등의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은 피상적인 답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것이 불편하다, 이런 것이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등 인터널 브랜딩을 위한 질문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러니 내부에서 외부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의 고객들은 누구인지, 우리 고객들은 우리의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 고객에서부터 시작하자. 핵심 질문은 고객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우리는 고객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고 싶은지이다. As is, To be로도 볼 수 있는 질문인데 전자는 브랜드 진단에 가깝고 후자는 우리가 지향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도출하는 질문이다. 리브랜딩은 우리 브랜드가 미래에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무언가(가치)이다. 그러니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질문하더라도 꼭 물어보자. 우리가 무엇이 되고 싶고 어떤 모습으로 고객에게 남고 싶은지 말이다.


누가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지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더퍼슨스 No.4:브랜드 디렉터, 서은아

- 더퍼슨스 편집부, 『더퍼슨스 No.4:브랜드 디렉터』, 더퍼슨스, 서인아 디렉터 인터뷰 중


Two of the most important questions we usually ask are “Who is your audience and what do you want them to think about you”

- Airey, Daivd, 『Identity Designed: The Definitive Guide to Visual Branding 』, Rockport Pub, Jack Renwwick Studio 인터뷰 중


만약 직설적인 질문에 직원들의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면 다른 형식으로 물어볼 수 있다. 5년 뒤 10년 뒤에 우리는 어떤 브랜드가 되어 있을 것인지에 대한 미래형 질문이다. 하루하루 일을 쳐내며 살아가면 브랜드의 미래 모습을 생각할 틈이 없다. 몇 년 뒤 자신들이 운영하는 브랜드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리브랜딩에 큰 도움이 된다. 또는 브랜드를 무언가에 빗대어 보는 것이다. 여기서 무언가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연예인, 타 분야의 브랜드가 될 수 도 있다. 우리 브랜드의 알맞은 광고 모델을 정하는 듯 광고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왜 그 모델이 알맞은지 이야기 나눠 볼 수 있다. 그 잡담 같은 대화에서 나오는 여러 이유들은 리브랜딩의 단서가 된다. “OO배우가 좋아요. 성실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우리랑 잘 맞아요, ”우리는 코스메틱 계의 미우미우예요. Young target에 young luxury를 지향하는 게 비슷해요 “ 등 이런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When a clients gets in touch, we always ask them for their vision of where their brand will be in the next five or ten years.
- Airey, Daivd, 『Identity Designed: The Definitive Guide to Visual Branding 』, Rockport Pub, Gallery&Co 인터뷰 중

당시 원티드의 마케팅팀은 먼저 ‘원티드를 사람으로 비유하면 어떤 성격의 사람일까요?’ 또 ‘원티드 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무엇인가요?’등의 질문을 조직 전체에 전달하면서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브랜딩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 큐리, 『사람, 디자인, 브랜드』, CLASS101




II. 브랜드 진단을 위한 질문

되고 싶은 모습은 뚜렷하나 현실을 모르는 브랜드도 종종 있다. 큰 꿈을 품고 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그 꿈의 모습에는 접근할 수도 고객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 브랜드말이다. 그럴 때일수록 브랜드 진단이 필요하다. 무작정 되고 싶은 모습을 추구할 수는 없다. 리브랜딩에서는 현재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강화하는 전략이나 그 이미지와 파생하는 다른 긍정적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자체 브랜드 진단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브랜드 진단은 현재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 주요점이지만 브랜드의 timeline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브랜드의 연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가 만들어진 이유부터 어떤 니즈를 해결하고자 했는지와 어떤 시점에서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왜 브랜드를 사용하는지 등 브랜드의 전반적인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timeline는 무슨 질문부터 시작해야 할까.

브랜드의 timeline을 만들어보자


첫 번째로 어떻게 이 브랜드가 만들어졌는지 알 필요가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브랜드가 시작하게 됐는지가 중요하다. 두 번째로 고객들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언제 viral 되었고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이 브랜드를 믿고 쓰는지 파악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어떤 문제에 봉착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브랜드 성장에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브랜드의 이미지를 와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물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if 질문으로 끝을 낸다. 만약 이 브랜드가 사라지게 된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아쉬워할 것인가, 어떤 점을 불편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다. 마지막 질문은 브랜드의 기능적 가치와 맞닿아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로 무엇을 해결하고 있고 우리가 당연하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다. 즉 우리 브랜드의 현재 시점을 알 수 있는 질문이다. 결국 우리의 현 지점을 아는 것, 그것이 브랜드의 진단이다.


첫 번째 질문 - 이 브랜드는 어떤 탄생의 과정을 거쳤는가?
두 번째 질문 -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 번째 질문 - 이 브랜드는 현재 어떤 문제점에 봉착했는가?
네 번째 질문 - 이 브랜드가 세상에 없다면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할 부분은 무엇일까?

- 전우성,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책읽는수요일


가치는 상대적인 것이기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지만, 어떤 기업이 가치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는 있다. 만일 그 기업이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아쉬워하겠는가?라고 질문해 보자. 사람들이 아쉬워한다면 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그러나 그 기업이 없어져도 사람들이 아쉬워하지 않는다면 가치 높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높은 가성비를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자문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 신이아 A. 몽고메리,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리더스북


브랜드의 리브랜딩을 위해 수많은 정보가 있으며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크게 우리가 질문을 알아야 하는 것은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모습이다. 현재의 모습을 알아야 현실 가능한 미래의 모습을 그릴 수 있으며 미래의 지향하는 바를 알아야 리브랜딩의 모습을 구체화할 수 있다.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모습을 여러 질문으로 파악하는 것은 또한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파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리브랜딩으로 부정적인 연상을 지우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브랜딩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사고는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의 범주를 파악하는 것이다.
- 임태수,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 』, 안그라픽스

인하우스에서 리브랜딩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을 모아 대면 인터뷰를 하는 것도 쉽지 않고 회사 메신저로 설문지를 공유하며 서면으로 유의미한 답을 받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짧고 impact 있는 질문으로 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꼭 기억하자. 우리가 인하우스에서 만들어가는 질문의 큰 두 축은 현재와 미래이다. 현재의 브랜드와 미래의 되고자 하는 브랜드만 파악한다면 리브랜딩 그렇게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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