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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디 May 08. 2023

엄마와 보험환급금과 어버이날

꼴랑 월급 200만 원 초반 대로 가계 운용을 하려니 빠듯합니다.


해서 남편과 저는 둘이 식탁에 마주 앉아 어디 돈 나올 구멍 없을까 하고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는 생각의 회로를 틀기로 했는데, 그것은 없는 돈 애타게 기다리지 말고 새는 돈을 줄이기로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나마 만만해 보였거든요.


식비와 외식비는 그때그때 충동을 억제하면 될 일이고 

외제 먹던 맥주는 국산으로 바꾸면 될 일이고

놀러 가는 건 돈 모아서 가면 될 일이지만, 

고정비는 어떻게 하면 대폭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렇게 생각만 하고 한 달, 두 달 시간만 보내던 어느 날, 

남편과 저는 고정비 줄이기의 첫 스텝을 떼기에 이릅니다.


바로 '보험 다이어트'


겹치는 보장내역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보장금액도 일일이 확인하고.

남편과 제 보험만 합하면 거의 6개 정도 되더라고요. 참 많기도 많습니다.

그렇게 꼼꼼히 체크한 결과, 거의 9만 원 돈 매달 나가던 제 보험을 해약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어요.


보장내역도 거의 같고, 금액도 비슷했습니다.

다른 점이 있긴 했는데, 바로 사망보험금의 보장금액이었습니다. 


'나 죽으면 2억 나오는데, 포기할 거야?'

'내가 너 목숨값 가지고 뭐 하냐~ 그거 없이도 잘 살아~'

'아, 나 따라서 안 죽을 거야?'

'??? 자살은 안 할걸..?'


그렇게 유쾌한 대화와 함께 보험해지를 최종결정한 우리 부부는 이내 '이것'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해약환급금'!


-


'와 대박!!!!!'

'왜!!!'

'해지환급금 600만 원이래!!!'

'와 대박...ㅋㅋㅋㅋ'


공돈이 생겼습니다.

보험 해약하려 했다가 도로 돈을 벌게 되는 상황입니다.

600만 원이라니, 이거 꿈인가요?


-


몇 초 동안 벙쪄있던 저희는 또 다른 결정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600만 원 중 400만 원은 엄마에게 주기로 한 것.


결혼하기 전에는 엄마가 내 보험금을 맡고 있었으니, 분명히 그것은 엄마 돈이었지만

왠지 제가 주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아직 해지를 하기도 전인데 남편과 저는 부푼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그것은 제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


엄마는 나중에 널 위해서 든 보험이라며 다 제 돈이라고, 다 가지라고 했어요.

계속해서 극구 사양을 하길래.. 그냥 통장으로 돈을 넣어버렸습니다.


며칠 전에 목돈 500만 원이 갑자기 증발해 버려 기운이 빠져 있던 엄마는 통장에 돈이 꽂힌 것을 보고 할 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난생처음 연금형 적금 넣을 생각에 신나 하던 울 엄마. 하지만 갑작스러운 500만 원 지출에 팔자를 탓하고 운명을 탓하며 우울해하고 공허해하던 울 엄마.


'내 팔자가 그렇지 뭐.. 평생 뒷바라지나 해야지..' 


400만원을 넣으면서 엄마에게 꼭 연금적금 넣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단번에 알았다며, 말꼬리가 흐려지는 엄마습니다.


-


하,,

내 돈은 아닌데 내가 생색낼 수 있어서, 그것도 어버이날에 이렇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남들 다하는, 네모난 각티슈에서 돈 나오는 그런 선물,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는데.


언젠가는 소원대로 내 손으로 번 돈을 두둑이 부모님에게 챙겨드리고 싶어요.

커올 때도 너무 많이 받았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끊임없이 받던 이 무능력한 딸내미,

언젠가는 부모님의 사랑을 충분히, 돈으로, 물질로 갚아드리고 싶습니다.


-


부모님 사랑합니다.

아 그리고, 

내 남편 함께 기뻐해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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