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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Oct 30. 2024

스스로 빛을 내는 그날까지

긴 생각, 짧은 글


반갑다, 서울역. 오랜만에 서울역 앞에 섰다. 여행작가학교 특강이 있는 날.


<대통령의 글쓰기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의 글쓰기 > 등 열 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강원국작가의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라는 주제로 강의가 열렸다.


신청 때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대기자가 신청자보다 많았던 강의. 앞자리에 앉으려고 강의 시작 한 시간 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자리를 맡고 화장실에 다녀오니 강원국작가님이 자리에 앉아계신다.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는 둥그런 등.

오래 생각하며 글을 쓰느라 저절로 둥그렇게 된 등.

누구라도 저런 등을 가진 이는 나쁜 사람이 될 수 없어.


세 번 줄에 떨어져 앉아 가만히 지켜보았다. 종이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조용하나 묵직해서 주변에 보이지 않는 투명막이 있는 듯했다.


나중에 보니, A4 종이에 검은 펜으로 쓴 열댓 개쯤의 키워드만 보였다.




어눌한 듯, 순박한 듯 시작한 강의는 그 흔한 PPT, 강의 자료 없이 진행되었다.


그가 키워드를 적어둔 A4 용지 한 장이 전부였다. 그나마 그는 보지도 않고 금방 생각난 것을 천천히 전해주듯 말한다.


이야기하듯 느리게, 조용히 말하는 그의 강의는 신기하게 몰입이 되었다.



본인은 웃지도 않으면서 웃기는 재주는 어디서 나온 걸까?


"글쓰기는 말하듯이 하라. 자기 글을 말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조근조근, 듣는 이의 내면을 파고든다.


내공이 만만치 않다.

특정 상황이 되면 글이 쓰고 싶어지는 뇌가 되도록 자기만의 예열 의식으로 훈련시켜라.

글에 알맞은 단어를 찾아내는 비결, 무수하게 책을 읽고 다른 이의 강의를 들으며 생각을 키워라.

어디서든, 무슨 주제든, 짧더라도 매일 써라.


생활 속 작은 경험이 어떻게 하면 글이 되는지 상세히 알려주셨다.

어릴 적에 아버지가 작은 소반 펼쳐두고 받아쓰기 가르쳐주실 때의 풍경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다른 이의 빛으로 빛나는 '반사체'가 아니라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될 때까지, 결국 읽고 쓰고 나아가 글을 이야기하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


몇 년 전에 글쓰기 공부하느라 밑줄 그으며 읽었던 <강원국의 글쓰기 > 책에 친필 사인을 받지 못했다.

앞에 나가 사인을 받기가 부끄러워 용기를 내지 못했다.

사인을 받지 못해도 괜찮았다.

허전하지 않았으니까. 

마음이 충분히 가득하게 채워졌으니까.

그의 강의를 듣고 매일 무엇이든 더 많이 쓰고, 더 깊이 생각하기로 결심했으니 그걸로도 좋았다.


오늘따라 투명하고 서울역 주변의 상쾌한 밤바람이 반가웠다.



#강원국강의 #여행작가학교 #강원국의 글쓰기#대통령의 글쓰기#김선수 #지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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