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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우 Mar 16. 2024

유연함과 결정 번복은 한 끗 차이

리더가 된 후,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1

가끔은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효과가 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거나, 지금처럼 고민을 글로 정리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 찾진 못하더라도 마음의 위로를 주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글로 정리하고 나눠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서 글을 쓰고 있다. 나의 이 글이, 그리고 앞으로 써 나갈 글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결정 번복, 나의 문제점 중 하나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성향들 중 리더로서의 역할에 도움이 되는 것들도 있겠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을 텐데, 그중에 하나를 꼽아 보자면 결정 번복이라고 생각한다.

결정 번복

이게 우유부단과는 다른데, 우유부단이 결정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림이라면 나는 결정을 해 놓고도 번복하려 하는 성향이다. 

네이버에서 우유부단을 치면 나오는 국어 퀴즈, 근데 전부 정답 아닌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건 아닌데, 결정을 내리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이 결정이 맞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하는 것,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 너무 쉽게 결정을 번복하려고 하는 성향. 이게 바로 내가 가진 문제점 중 하나이고 오늘 글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걸 유연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유연함과 다른 부분은 위기의 순간에 밀고 나갈 힘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결정도 완벽할 순 없다.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나가야겠지만, 잘못되었다고 판단되기 전에, 그러니까 이 결정은 잘못된 결정이다라고 완전하게 판단되기 전까지는 결정을 내린 나를 믿고, 함께 결정한 우리를 믿고 밀고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에게는 그게 굉장히 어렵고 잘 안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완벽한 결정이란 건 없기 때문에 무언가 결정하고 진행하게 되면 계속해서 도전들이 들어오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아주 작은 위기를 만나도 '아, 그때 A가 아닌 B로 선택했어야 하나? 그럼 지금이라도 B로 바꿀까? 어떡하지?' 이런 고민들이 머릿속을 날아다니면서 나를 괴롭게 한다. 이게 한 개인의 문제라면 괜찮겠지만, 리더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과연 이 사람의 결정을 믿을 수 있을까? 이 사람이 좋은 결정을 내렸을까?라는 질문 보다 먼저, 이 사람이 이 결정을 번복하려 하진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게 가장 두렵다.


평상시에도 나는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


리더로서 업무를 할 때만 이런 건 아니고, 사실 나는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었는데,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다가 점심시간이 다 된 시간이었다. 힘들다고 보채는 아이들을 데리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쇼핑몰에서 거리가 조금 있는, 그래서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 아이들을 잠깐 쉬게 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쇼핑몰 근처에 있는 커피숍의 무료 쿠폰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주차 정산까지 다 하고 나가려는 시점에 "그냥 우리 근처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실까?" 라고, 다 결정해서 진행 중인 일정을 번복하려고 했다. (결국 원래 하려던 대로 했지만) 

이거 사실 별거 아니고, 무료 쿠폰이 떠올랐으니까 다른 방법도 생각해 본 거 아닌가 라며 웃고 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지만,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주제를 깊게 생각해 보면 결국 결정 번복의 성향이 나의 기본적인 성향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 수 되었다.


그럼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럼 왜 나는 결정을 번복하려고 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내가 내린 결정에 자신감이 없고, 자꾸 결정하던 당시에 있던 다른 선택지에 미련을 가지는 것 같다. 이게 과연 최선이었을까? 다른 결정이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럼 나는 왜 미련을 가지는 걸까?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이 고민의 근본 원인이라면 왜 미련을 가지는 건지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다. 

그리고 이것도 하나하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 보다 보면, 잘하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이 되었는 나는 잘하고 싶기 때문에 결정을 하고 나서도 미련을 가지고 선택하지 못한 것들을 선택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았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유연함과 결정 번복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 같은데, 나는 유연한 리더가 되고 싶지 결정을 번복하는 리더가 되고 싶진 않다. 


그래서 나는 벤투 축구 감독이나, 최근에 알게 된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 김판곤 감독의 이야기에서 정말 경외감을 느끼곤 한다. 저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을 믿고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며 좋은 결과까지 만들어 냈으니 나로서는 정말 본받고 싶은 점들이 너무 많다. 나도 그들처럼 자신의 결정을 믿고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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