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속옷부터 임산부 바지까지
“나 이제 진짜 임산부 같지 않아?”
“가짜 임산부도 있어?”
남편은 어이 없어하며 웃기만 했다. 물론 내가 가짜 임산부여서 하는 말은 아니다. 어느날 거울 앞에 서니 둥글둥글 인상 좋은 후덕한 '어머님'이 있었다. 허벅지와 엉덩이에 누가 찰흙이라도 갖다 붙여 놓은 줄. 원치 않은 혜자스러움과 부티를 장착한 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자의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 '진짜' 임신이란 걸 해서 이런 모습이 된 것이다 라며 가까운 사람에게나마 어필하고 싶었다.
글로 옮기자니 부끄럽지만 30대 중반까지도 자신만만하게 티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 입고 다녔다. 그런데 (몇 안 되는) 내 자신감의 근원, 허리 라인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붙잡고 싶지만 이건 도저히 불가항력이다. 그래 나는 임산부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였는데, 정작 날 받아줄 옷은 없었다. 옷장엔 라인 잡힌 블라우스와 원피스, H 라인 스커트, 페미닌한 무드의 정장 바지만 그득할 뿐. 그것들은 이미 4개월 차부터 입을 수가 없었다. 배가 별로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반 팬티는 봉제선이 살에 닿아 간지러웠고, 브래지어는 와이어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혔다. 바지는 지퍼를 반쯤 내려야만 꾸역꾸역 넣을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속 임신한 연예인들은 어쩜 하나같이 다 늘씬하고 예쁠까. 그런데 현실 속 나는? 임신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저 옷들은 헌옷수거함으로 직행인가. 일반인 중에서도 꿀꿀이계에 속하는 나와 천상계의 연예인을 비교하며 며칠을 우울해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바보 같은 행동이다.) 외부 미팅이나 여러 사람 앞에 서야하는 공식적인 자리가 종종 있는 직종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미팅에서 처음 만난 상대방이 나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끼고는,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아, 제가 임신을 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허참.
임부복 쇼핑몰이라는 신세계
외모 비수기로 들어설 즈음, 먼저 임신한 지인이 내게 “예쁜 임부복도 있다”며 임부복 쇼핑몰을 추천해 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쇼핑몰 링크를 눌렀다. 핸드폰 화면 가득 펼쳐진 임부복의 향연. 눈이 번쩍 뜨였다. 그야말로 신.세.계. 가격대도 합리적이었다. 쪼이고 간지럽고 불편해 죽겠는 나의 몸님을 위해 당장 바지와 치마와 속옷을 사기로 했다. 아래는 내가 직접 경험해본 임부복 이야기다.
배 덮는 팬티냐, 짧은 팬티냐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팬티는 배를 다 덮는 것, 배 밑까지 오는 짧은 것이 있다. 5개월 이전에는 배가 조금 나와서 배를 폭 감싸주는 긴 팬티가 더 편했다. 6~7개월 이후에는 배 덮는 팬티도 역부족일 정도로 배가 나온다. 그래서 차라리 짧은 팬티가 더 편했다. 사이즈는 체중 증가에 따라 한 두 치수 크게 주문하고, 살이 트거나 예민해져서 간지러울 수 있으니 봉제선이 없는 것이 좋다.
임산부 바지에 숨겨진 비밀
임산부 하의의 가장 큰 특징은 '허리 밴드'다. 골반부터 배꼽 위까지 올라오는 넓고 봉제선이 없는 밴드인데, 신축성이 놀랍도록 좋다. 일반 바지가 배 중간에 걸쳐진다면 임산부 바지는 밴드가 골반부터 배 전체를 온전히 감싸주기 때문에 보호받는 기분까지 든다. 요 밴드 덕분에 6개월까지 충분히 잘 입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골반이나 허벅지, 배에 살이 더 붙고 예민해지기 때문에 쪼이지 않는 치마나 원피스를 추천한다.
임산부 브라는 꼭! 와이어 없는 걸로
원래 가슴이 있는 편에 살도 엄청 찌고 뱃속 아이까지 커서 임신 전후의 몸통 둘레 차이가 엄청나다. 갈비뼈도 벌어질 대로 벌어진 케이스. 임신 후반기에 아이가 가슴 바로 아래 장기를 밀어 올릴 때면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혔다. (산소호흡기 들고 출퇴근함) 그래서 무조건 와이어가 없는 브라만 착용했다. 유니클로 심리스나 브라탑, 세컨스킨 브라가 편했고, 막달 즈음엔 마더케이 수유브라를 썼다. 모유 수유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수유브라를 임신 중에 사서 미리 써보는 것도 좋겠다.
그밖에 팁
임부복 쇼핑몰에서 옷 선택 시 유의해야 할 점이라고 해야할까. 쇼핑몰 모델은 대부분 임산부가 아니다. 그들은 민간인 중에서도 아주 날씬한 편에 속한다. 배에 불룩한 무언가를 넣었기 때문에 팔, 다리, 몸통은 말랐고 배만 나온 상태다. 나 역시 모델 피팅에 속아 몇 번 샀으나 몸통이나 골반에서 막힌 적이 꽤 있다. 가능한 옷의 실제 치수를 참고하여 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