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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잎지던날 Nov 13. 2017

비빔밥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비빔밥. 비빔밥은 밥에 여러 나물을 넣고 참기름과 고추장에 비벼 먹는 음식이다. 유래는 음복 설. 제사를 지낸 후 그 음식을 음복하기 위해 상에 올렸던 음식을 밥을 비벼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는 것이 유력하다. 안동의 헛제삿밥과 비슷하지만 헛제삿밥은 고추장이 아닌 간장으로 맛을 내며 다른 반찬을 내 온다는 점에서 차별을 보인다.


지금은 비빔밥 하면 전주만을 손에 꼽지만 예전에는 진주와 해주도 빼 놀 수 없었다.

냉면도 지역에 따라 조리방법과 맛이 다르듯 비빔밥도 지역에 따라 재료와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다. 해주비빔밥은 나물뿐만 아니라 삶은 닭고기나 돼지고기가 함께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맨밥을 사용하지 않고 밥을 기름에 한 번 볶아 내는데 이는 고열량을 섭취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해주의 음식들이 대부분 기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주비빔밥의 특징 중 하나는 탕국이다. 미리 고기와 채소로 삶아낸 탕국을 밥과 나물 위에 고명처럼 올렸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육회를 올렸는데 우(牛)시장이 발달한 진주만의 특징이었다. 근래에는 육회의 맛을 더하기 위해 계란 노른자를 올리기도 하는데 언뜻 보면 꽃과 비슷하다 하여 화반(花飯)이라고도 불린다.



과거의 자료를 살펴보면 비빔밥은 전주보다는 오히려 진주가 더 유명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1929년 12월 1일에 연재된 잡지인 별건곤(別乾坤)에서는 비빔밥을 소개하면서 전주가 아닌 진주를 언급한다.


“고기를 잘게 넣어 끓인 장국을 비비기 적당할 만큼 부어 놓고 옆에 육회를 곱게 썰어 맛이 깩금한 고추장을 조금 얹습니다.”라며 진주의 육회비빔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같은 호 별건곤에는 전주의 향토음식도 함께 다루고 있지만 비빔밥이 아닌 탁백이국 즉, 전주의 또 다른 명물인 콩나물국밥을 설명하고 있다. 이로 짐작해보건대 당시에는 비빔밥보다는 콩나물국밥이 전주의 향토음식으로써의 의미가 더 컸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일제강점기에 연재된 잡지인 별건곤에 소개된 진주비빔밥


그럼 잡지에 소개될 정도로 명맥이 깊은 진주비빔밥은 왜 잊혔을까. 가장 유력한 건 비빔밥의 프랜차이즈화.

81년도 서울에서는 대규모 음식 박람회인 ‘국풍(國風)’이 열린다. 국풍은 향토음식이라는 새로운 유행을 불러일으킨다. 전주비빔밥, 나주곰탕, 춘천 막국수, 충무김밥 같이 지역명과 음식명을 합친 음식들이 인기 외식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아마도 이 시점에서 비빔밥은 ‘전주’라고 획일화되면서 점차 진주비빔밥은 잊힌 게 아닐까 싶다.


비빔밥은 대중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향토음식 중 하나다. 작금에는 전주나 진주가 아니더라도 쉽게 비빔밥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은 아쉽게도 향토음식만의 고유의 맛을 잃게 만들었다.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음식 맛이 단순화됐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먹는 비빔밥이나 서울에서 먹는 비빔밥 맛이 비슷한 것도 다 이런 연유다. 어쩌면 우리 입맛도 프랜차이즈에 길들여져 점차 단순화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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