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는 김치와 돼지고기, 햄, 소시지, 라면 등의 재료로 끓여 낸 찌개다. 김치에서 나오는 칼칼함과 가공육에서 나오는 특유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술안주로도 인기가 높다.
재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대찌개는 한국전쟁 이후 먹기 시작한 음식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 직후 먹던 꿀꿀이죽을 부대찌개의 원형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는 다른 의견도 있다.
꿀꿀이 죽은 한국전쟁 직후 미군이 버린 음식을 한데 모아 끓인 음식이다. 꿀꿀이죽이라 이름 붙은 것도 모양새가 꼭 돼지나 먹을 것 같은 모습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꿀꿀이죽에는 정해진 조리법이 존재하지 않는데 먹을 만한 걸 모아 끓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꿀꿀이죽에는 이 자국이 남은 햄이나 소시지가 들어있기도 했고, 담배꽁초나 껌, 비닐 같은 쓰레기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음식이라고 칭하기도 어려운 음식이었지만 당시에는 이것도 없어서 못 먹었다. 그만큼 전쟁이 휩쓸고 간 상처는 컸다.
반면 부대찌개는 엄연한 조리법이 존재하는 요리다. 육수에 김치와 햄, 소시지, 돼지고기를 양념과 함께 자박하게 끓여낸 것이 부대찌개다. 그래서 굳이 부대찌개의 기원을 찾는다면 꿀꿀이죽이 아닌 김치찌개를 원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것이 원형이든 두 음식은 우리나라의 정서가 잘 담긴 음식이다. 꿀꿀이 죽은 전쟁의 아픔을, 부대찌개는 당시 시대상을.
부대찌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군부대의 주둔 때문이다. 1960년대 한국은 지금처럼 육류가 풍부했던 시기가 아니었고 고기 대신 미군부대에서 몰래 빼온 햄이나 소시지 같은 재료를 찌개 넣기 시작한 것이 바로 부대찌개다. 부대찌개의 원조를 의정부로 보는 것도 다 이 같은 이유다.
부대찌개라는 이름은 1980년대에 들어 부대찌개가 인기를 얻고 대중화되면서 붙은 이름이다. 그 전에는 부대에서 나온 고기로 끓인 찌개라 하여 ‘부대고기찌개’ 혹은 ‘존슨탕’이라 불렀다.
존슨탕이라 불렸던 이유는 무척 다양한데 대중적인 건 미국 대통령인 린든 B. 존슨의 이름에서 왔다는 설이다.
한국에 방문한 존슨 대통령이 존슨탕을 먹고 극찬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확인된 바는 없다. 또 다른 유래로는 부대에서 몰래 물건을 빼주던 병사 이름이 ‘존슨’이어서 존슨탕이 됐다는 것과 찌개에 들어가는 소시지가 존슨빌(Johnsonvile) 소시지라서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정황일 뿐 정확한 사실관계는 아니다.
부대찌개와 꿀꿀이죽이 두 음식은 전쟁이 만들어낸 음식이다. 그래서 한간에는 아픈 역사에서 비롯됐으니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픈 역사로 만들어진 음식이기에 더 남겨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름을 바꾼다고 역사가 바뀌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아픈 역사라면 기억하고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