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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잎지던날 Sep 04. 2018

설날에는 왜 떡국을 먹을까?


떡국은 설날에 먹는 대표적인 전통음식으로 맑은 육수에 떡을 넣고 끓인 요리다. 떡국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편찬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등의 문헌에서 차례 상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기록돼있어 조선시대 그 이전부터 떡국을 먹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이유로는 음복설이 강하다. 오래전부터 신년 차례 상에 올린 떡국을 음복하게 되면서 설날=떡국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은 게 아닐까 싶다.

떡국은 국물요리인만큼 육수가 맛의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래에는 소고기 양지머리로 멀겋게 내는 게 일반적이지만 소를 함부로 도축할 수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주로 꿩을 이용해 맛을 냈다. 이마저도 없을 때엔 닭을 이용했다. 해안가 지역에서는 멸치, 북어, 굴, 매생이를 넣어 맛을 내기도 하며 요즘에는 인스턴트로 나온 사골육수로 끓여내기도 한다.


국에 들어가는 떡은 가래떡을 주로 사용한다. 긴 가래떡을 동그랗고 얇게 썰어 사용하는데 동전 같이 동그란 떡을 먹으며 부자가 되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개성에서는 가래떡 대신 조랭이떡을 이용해 떡국을 만들었다. 조랭이떡은 가래떡보다 얇게 뽑아낸 후 가운데를 잘록하게 만들어 누에고치 모양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언뜻 보면 작은 조롱박과 비슷한데 조랭이라는 이름도 조롱박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랭이떡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고려를 멸망시킨 태조 이성계(太祖 李成桂)의 목을 조르는 모습을 형상화해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고려 무신인 최영(崔瑩)을 처형한 뒤 이성계에 대한 개성 민심은 매우 안 좋았다. 그래서 개성에서는 돼지고기 수육과 돼지고기 탕을 이성계의 이름을 붙여 성계육(成桂肉), 성계탕(成桂湯)이라고도 불렀다. 당시 백성들의 민심이 음식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떡국은 명절 음식 중에서도 상당히 대중화가 잘된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떡국의 보편화에 가장 큰 공신은 김밥천국이라는 전대미문의 분식집이라 생각한다. 한식은 물론 양식 메뉴까지 섭렵하는 김밥천국의 등장은 떡국이 명절에만 먹는 특식이라는 인식에서 평소에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인식을 넓힌 계기가 된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이지만 김밥천국 이전 떡국을 외부에서 먹었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 종종 떡국을 먹으러 김밥천국에 가는 사람도 있으니 김밥천국이 떡국의 대중화의 가장 큰 공신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떡국 전문점이 없는 걸 보면 아직까지도 떡국은 명절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더 강한 것 같다.


흔히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다 말한다. 한 살 더 먹으며 먹는 음식이니 영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다고 두 그릇 먹는다고 두 살을 먹는 건 아니니 걱정 말고 마음껏 먹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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