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채소와 고기를 기름과 춘장에 볶아 만든 양념을 면과 비벼 먹는 한국식 중화요리다. 원조는 중국의 작장면(炸醬麵)으로 산둥 지방에서 가정식으로 먹던 음식이다. 물론 현재 한국에 맛보는 짜장면과는 맛과 모양은 큰 차이가 있다.
작장면은 장(醬)을 볶아서(灼) 면 위에 얹은 요리의 통칭으로 삶은 면 위에 볶은 장을 고명처럼 얹어서 먹는다. 그래서 비빈다는 느낌보다는 섞는다는 느낌이 강하며 맛은 기름기가 적고 짠 편이다.
한국에서 짜장면을 먹기 시작한 건 임오군란(壬午軍亂, 1882년) 이후 화교들이 들어오면서부터다. 그들이 본토 음식을 만들어 먹던 것이 시작이었는데 메뉴로 처음 등장한 건 1905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차이나타운의 공화춘(共和春)에서였다.
공화춘의 짜장면은 춘장에 캐러멜을 첨가해 짠맛을 줄이고 단맛을 높였는데 이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짜장면에 시초라 할 수 있다. 이후 짜장면은 혼분식 장려운동과 철가방이라 불리는 배달문화로 온 국민에게 인기를 얻으며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짜장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표준어에 관해서다. 짜장면의 예전 표준어는 자장면이었다. 그러나 자장면이라는 말이 입에 착착 붙지 않아 많은 사람이 외면했다. 방송이나 언론사에서나 겨우 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짜장면으로 사용했다. 개인적으로도 자장면이라는 단어가 어찌나 곰살맞든지 쓰면서도 어색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안도현 시인도 자장면이라는 말이 적잖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2003년 <짜장면>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나는 우리나라 어느 중국집도 자장면을 파는 집을 보지 못했다.”
책은 작가의 고집대로 자장면이 아닌 짜장면으로 출간됐고 책 어디에서도 자장면은 등장하지 않았다.
홍길동도 아닌데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지 못했던 인고의 세월이 지나 짜장면은 결국 2011년에 표준말로 인정받게 된다. 자장면보다는 짜장면이 더 표준어 같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수많은 음식 속에서 짜장면이 갖는 이미지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간단히 전화 한 통화로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그렇지만 추억 속 짜장면은 졸업식이나 가족행사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나름 분위기 있는 외식음식이었다. 먹거리 풍요 속에서 이제는 흔한 음식이 됐지만 한국인의 정서에 이보다 잘 맞는 음식이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