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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차 Oct 24. 2021

듣고 싶은 말

프롤로그

      



 스물아홉 살에 교사가 되었다. 9월에 개교한 신설 중학교에 발령받았다. 해마다 덜컥 서른 명을 품는다.


 첫해에는 1학년 2반 담임을 맡았다. 13명으로 시작했는데 매주 전입생이 들어왔고 종업식 날엔 30명을 진급시켰다. 두 번째 해엔 2학년 3반 담임이었다. 1학년 때부터 봐왔던 아이들이라 덩치가 커지고 말썽을 부려도 아기 같았다. 세 번째 해는 2학년 2반 담임이었다. 코로나19라는 낯선 시대를 함께였기에 적응해갔다. 


 ‘부모 나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부모도 아이를 낳고 나서야 부모가 되기 때문에 아이가 한 살이면 부모도 한 살이고 아이가 열다섯 살이면 부모도 열다섯 살이라는 것이다. 아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것처럼 교사도 아이라는 존재 덕분에 세상을 알아간다. 이 책에는 신규교사의 첫해부터 3년 차까지의 시선을 담았으니 말하자면 세 살짜리 교사의 기록이다.


 1장 <교육 이론과 요즘 애들>는 복잡미묘한 학교 현장과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되었던 교육학 이론을 연결했다. 2장 <요즘 학교의 요즘 교사>은 학생과 대치하고 교권침해 피해 교원 지원 제도를 통해 상담을 받을 때의 일기다. 3장 <요즘 교육을 위하여>는 끊임없는 교직 생활의 아득함 앞에서 용기를 얻었던 발견을 적었다. 모든 장의 마지막에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에게 건넸던 <금요일의 편지>를 덧붙였다.


 한 해를 매듭짓는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생활통지표의 가정통신문을 적는 일이다. 첫해의 나는 내가 관찰한 아이들의 특성에 덧붙여 보호자에게 드리고 싶은 마음을 조심히 적었다.     



 부모들이 듣고 가장 기뻐하는 말이 ‘당신 자식이 당신보다 낫다’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그 크나큰 마음을 모두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우리 1학년 2반을 만나며 아이들이 저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일 때마다 기뻤습니다. 특히 어른이 기대하지 않은 말일지라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을 지닌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우리보다 낫다’라는 기쁜 말을 듣고 싶어 엮은 글이다. 그리고 그 말이 필요한 모든 부모와 교사, 그리고 학생들에게 이 글과 함께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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