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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사펀드 Apr 26. 2018

#50. 보물찾기

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쓰다'

보물찾기


젊은 아가씨 둘은 어디를 가든 마을 주민들의 눈길이 닿는다. 여기엔 왜 왔을까? 어느 집에 왔을까? 아침 새소리와 바람결에 흔들린 풍경 소리에 눈을 뜬다. 아침 안개가 걷히고 점점 맑아지는 하늘을 보며 마을 길을 걷는다. 하루에 많게는 10번에서 적게는 2번 오가는 버스에 적응하고, 시장에 들른 김에 읍내 오락실에 들리는 여유를 누린다. 시장에서 꽃무늬 조끼를 쇼핑한다. 편하고, 예쁘니까. 일상에서 편안함을 찾는 법을 배웠다. 밥을 지어 먹는 것, 조금 먼 거리를 걷는 것, 버스를 기다리는 법.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잠깐 내린 눈에 길이 안 보였던 것뿐. 나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2018년 3월, 문경을 떠나며 적은 일기 중,]


시장에서 산 털모자와 꽃무늬 조끼 그리고 아메리카노. 조화와 부조화의 어디쯤


안녕하세요. 이진희입니다. 

3개월 만에 다시 자리에 앉으니, 마음이 좀 이상합니다. 설레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네요. 
쉬는 동안 모험을 한 번 해보았습니다. 농부님들의 일상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일을 해보기로. 17일간, 정읍-괴산-문경에 머물렀습니다. 짧게는 두 밤에서 길에는 일곱 밤까지요. 회사에서 일할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농법, 농사, 가격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말고 오자는 다짐과 함께요. 다행스럽게도 농부님들께서는 편히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는 배려로 일반 숙박객과 다름없이 대해주셨지만, 지역에 가까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장에서 책을 읽는 행사를 하면 참 좋겠다.’ 
‘체험 온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박스 디자인이 나오면 어떨까?’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데 함께 해줄 농부가 이 지역에 있을까? 추천받으면 참 좋겠다.’ 
‘실행하려면 예산을 어느 정도로 잡으면 될까?’ 


정읍, 은선마을 저녁 산책길


함께 간 친구 녀석은 일상처럼 나오는 고민에 제발, 일하지 말라고 했지만, 기획자의 일에 끝이 어디 있을까요.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고, 실행하는 것. 짧은 순간에 나올 수도 있지만, 잘 맞는 타이밍이 필요한 프로젝트들도 참 많습니다. 길게는 몇 해를 묵혀야만 빛을 볼 수 있는 아이디어들도 있지요. 그래서 쉬는 동안 일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접었습니다. 어쩌면, 일이 아니라 생활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잘, 해낼지는 모르겠지만, 잘 해보려 노력은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아직도 도시와 농촌 그 사이 어디쯤에서 길을 헤매고 있습니다. 지도에 표시되어있지 않은 '농촌기획자의 역할'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 



2018년 4월 25일

헤매고 있지만, 길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에디터 이진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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