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쓰다'
지난 여름, 매실 농장을 찾아 농부님을 뵈었습니다. 부부의 성품을 닮아 잘 가꿔진 매실 농장.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농사는 어떻게 짓고 계신지,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인지, 올해 작황은 어떤지 농장을 둘러보며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인사를 드리는 중, 농부님이 정말 고맙다며 갑자기 펜을 들고 오셨습니다.
“여기 작업실 벽에 사인하나만 해주세요. 이것 보면서 저희도 더 열심히 농사짓겠습니다.”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사인을 하나 싶었습니다만, 한 편으로는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매실 펀드의 리워드 발송이 마무리되고, SNS에 올라온 후기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농부님께서 100분이 넘는 투자자에게 손편지를 써서 발송하신 것입니다. 자신의 농사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올해도 농사 시작과 함께 어김없이 농부님의 판매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왔습니다. 개인 페이지를 통해 연달아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농부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농부님, 매실 예약 받고 계시던데요.”
- 맞아요. 근데, 이제 물량이 다 차서 내리려고요.
“물량이 다 찼다고요?”
- 제가 생각한 물량이요. (하하) 농사펀드랑 약속한 것은 넉넉히 남겨놓았어요. 우리 작년에 약속한 것 있는데 제가 막 안 팔죠. 약속 지키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말로 주고받은 약속을 농부님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관계.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의 모습 아닐까요. 벌써 농부님과도 두 해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매일 얼굴 보며 인사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가끔씩 서로의 일상을 보고 안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어색하지 않아졌습니다. 어쩌면 농부님과 농사펀드는 밥을 함께 나누어 먹는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2017년 6월 16일
농부님들의 귀여운 서울 딸내미가 되고 싶은 에디터 이진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