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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사펀드 Apr 17. 2018

#49. 워라밸이 뭐라고?

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쓰다'

워라밸이 뭐라고?


1960-1970년대까지 한국의 농부들은 농사를 짓는 동안 노동요를 불렀다. 노래를 부름으로써 즐겁게 노동을 할 수 있었고,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또한 노동요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켜 마을 단위로 잔치를 열었다. (중략) 이처럼 한국 사람은 일을 할 때 거의 언제나 노래를 불렀다. 노동행위와 예술행위를 무 자르듯 구분하지 않았다. 


'소농의 공부' 조두진 作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술과 노동은 분리되기 시작했고, 생활인인 노동자와 전문 예술가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노동하는 사람과 예술 하는 사람이 딱 부러지게 구별되면서 누구나 부를 줄 알던 노동요는 점점 사라졌고, 노래 실력도 줄어들었다.' (소농의 공부 中) 

예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다짐 한 일 중의 하나는 퇴근 시간 이후에 업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6시 이후에도 업무 전화를 놓지 못하면 그 전화로 이어지는 업무가 8시, 10시까지도 이어지곤 했었지요. 업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그 업계를 떠나오면서 다짐을 했고 꽤 잘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전화는 아침 7시에 걸려오더라고요. 도시에 사는 에디터의 일상은 10시 출근과 함께 시작이지만, 농부의 일상은 시작과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눈을 뜨면 집 앞에 밭으로 나가는 시간이고, 잠을 자기 위해 누워야 하루 일이 종료되지요. 





수산물을 취급하는 중도매인 생산자의 경우 새벽 4시 경매에 참여하고, 에디터에게 문자로 당일 수산물의 가격을 알려줍니다. 수산시장의 하루는 그때부터 시작이니까요. 

도시에 사는 소비자인 우리(저를 포함해서)와 바다, 농촌에 있는 생산자의 시간표는 조금은 다르게 흘러가고, 그들의 일과 생활은 맺고 끊는 과정 없이 자연스레 24시간을 채웁니다.  


일을 예술이나 여가활동처럼 분리하지 않고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하지만 직장인인 나부터 회사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겁게 일하는 순간이 얼마나 되는지 돌이켜보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농부가 흥겨울 수 있게, 그리고 그 즐거운 마음을 담아 기른 농작물을 받은 소비자도 함께 행복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2018년 4월 17일
이 글을 읽는 오늘은 모두 정시 퇴근을 하길 바라며.    

책 읽는 에디터 이주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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