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말씀드렸던 개념미술과 개념 사진에 대해서 10월 마지막 날 번개에서도 다시 설명했습니다. 오늘은 그때 나눠드린 자료를 제외하고 ‘개념’의 철학적인 의미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글 아래 부분에 글을 읽기 어려워 하시는 분들을 위해 영상으로도 만들어 첨부했습니다.
철학에서 ‘개념’은 의미를 지닌 단어를 뜻합니다.
우리는 매일 수없이 많은 개념을 사용합니다. ‘의자’, ‘사랑’, ‘정의’ 같은 단어 들이 모두 개념입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부터 밤하늘의 ‘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매일 개념으로 가득 찬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개념'이라는 단어 자체는 어떤 면에서 조금 어렵고 철학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 역설적인 감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이것은 ‘concept’라는 서양 철학 용어가 메이지 시대(1868-1912년) 일본을 통해 ‘개념’으로 번역되면서 발생한 문화적, 철학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서구의 근대 철학을 받아들이던 일본 지식인들은 'concept'라는 단어를 번역하면서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것이 '개념(概念)'이라는 용어였습니다. 한자 '개(概)'는 '대략'을, '념(念)'은 '생각'을 의미합니다. 직역하면 '대략적인 생각'이 되는 셈입니다. 이것은 서양 철학의 정밀하고 논리적인 'concept'와는 꽤 다른 느낌을 줍니다.
서양 철학에서 개념은 주로 대상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구분하는 도구였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부터 시작된 이 전통은, 세상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서양 철학의 핵심적 방법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념은 논리학 용어로, 논리학에서는 인간의 사고 패턴을 단순화하여 ‘형식’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개념은 내용이 아닌 형식에 주목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복잡한 의미보다는 구조적 틀을 제공합니다. 의미를 전달하는 모든 단어가 개념에 해당하며, 감탄사나 신음과 같은 순수한 감정 표현을 제외하면 사전에 수록된 단어 대부분이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표현합니다. 단어의 축적은 개념의 확장으로 이어지며, 결국 이것은 사고의 확장으로 연결됩니다. 즉, 우리는 개념을 통해 생각합니다. 개념은 우리의 사고를 구조화하고 확장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고정되거나 완벽한 것이 아닙니다. 동양과 서양의 사유 전통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개념의 더 풍부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정확한 정의를 위한 도구이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사고의 플랫폼인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개념을 만들고, 사용하고, 변형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사고는 더욱 풍부해지고 확장됩니다. 결국 개념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진화시키는 살아있는 도구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