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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풍경사진이 너무 날카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by 채 수창


'풍경사진도 사진디자인 요소로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형태로 풍경을 분할해서 생각하시면 구성이 더 편할 수 있어요. 가령 삼각형 형태라든지 말이죠'

'선생님, 그 말씀을 하시니까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사람들이 제 풍경사진을 보고 너무 날카롭고 뾰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말들 하는데 형태로 구분해서 삼각형으로 풍경을 나눈다면, 그 삼각형의 도형 특성상 더 날카로워 보이지 않을까요?'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신다구요?'

'네, 제 풍경사진이 날카로워 보인다고들 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사진의 조형 언어가 관람자에게 어떻게 감성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전달되는지에 대한 매우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단순하게 '선예도'가 높다는 기술적인 의미를 떠나서, 사진의 전반적인 조형 언어가 만드는 감성적 반응에 대한 것입니다. 사진이 '너무 날카롭고 뾰족하다'는 감상은,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진 속 디자인 요소들이 관람자들에게 긴장감, 불안감, 또는 공격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거든요. 이 느낌에 대한 원인을 우리가 배운 디자인의 기본 요소인 선과 모양, 형태로 나누어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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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 : 시각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경직된 선'의 우세


우리의 눈과 뇌는 선의 형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합니다. 부드러운 곡선이 평온함과 우아함을 느끼게 하는 반면, 날카로운 직선과 대각선은 긴장과 불안을 유발합니다.


혹시 내 풍경 사진에 수평선이나 완만한 S자 곡선보다, 급격한 대각선, 꺾이는 지그재그 선, 예리하게 교차하는 직선이 지배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세요. 이러한 선들은 시각적으로 안정적이기보다 역동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선에 의한 날카로움을 약화시키려면 의도적으로 부드러운 선을 찾아 프레임에 포함시키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완만하게 흐르는 강줄기, 부드러운 언덕의 능선, 파도가 만들어내는 곡선 등을 사진의 주된 흐름으로 삼아보세요. 날카로운 산봉우리를 찍더라도, 그 아래를 감싸고도는 안개의 부드러운 선이나 구름의 유기적인 선을 함께 배치하면 날카로움이 중화되고 깊이가 더해집니다.


2. 모양 : 공격성을 암시하는 '뾰족한 형태'의 반복


선이 모여 만들어지는 모양 역시 감성적인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둥근 원이나 부드러운 유기적 형태는 편안함과 조화를 느끼게 하지만, 삼각형같은 형태는 불안정함과 날카로움을 전달합니다. 혹시 내 풍경 사진에 수많은 삼각형이 반복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뾰족한 침엽수림, 날카로운 바위의 파편들, 가파른 산봉우리 등은 모두 삼각형의 변주입니다. 이러한 뾰족한 모양들이 프레임 전체에 가득 차 있다면, 감상자는 무의식적으로 불편함과 경계심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톱니바퀴나 가시밭을 보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 반응입니다.


프레임 안의 요소들을 단순한 실루엣, 즉 '모양'으로 바꿔서 보는 연습을 하세요. '모양의 대비'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뾰족한 삼각형 형태의 산을 찍는다면, 그 앞에 둥근 형태의 바위를 배치하거나, 하늘에 뭉게구름 같은 부드럽고 둥근 모양을 함께 담아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또한, 프레임 안에서 포지티브 스페이스만큼 네거티브 스페이스를 활용해서 뾰족한 형태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텅 빈 하늘이나 잔잔한 수면 같은 단순한 면은 훌륭한 시각적 휴식처가 됩니다.


3. 형태와 질감 : 과도하게 강조된 '거친 표면'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형태(Form)와 표면의 질감(Texture) 또한 사진의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내 풍경 사진의 전반적인 콘트라스트가 너무 강하거나, 후보정 단계에서 '명료도'나 '텍스처' 슬라이더를 과도하게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 보세요. 이 기능들은 이미지의 중간 톤 대비를 높여 모든 디테일을 날카롭게 살려주지만, 남용할 경우 모든 표면을 거칠고 딱딱하게 만듭니다. 바위의 질감, 나뭇잎의 잎맥 하나하나가 바늘처럼 날카롭게 표현되어 전체적으로 피로하고 공격적인 이미지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낮의 직사광선 아래에서 촬영하면 그림자가 매우 짙고 경계가 분명해져 형태가 부드럽지 않고 날카롭게 끊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날카로운 사진이 본인의 의도인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만약 황량하고 거친 자연의 강력한 힘이나 내면의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러한 조형 언어를 사용했다면 그건 성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으려고 했는데 관람자들이 정반대의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은 조형 요소에 대한 이해와 통제력이 부족했다는 뜻일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풍경 사진을 촬영하실 때는, 프레임 안에서 선이 어디로 흐르는지, 어떤 모양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빛이 형태와 질감을 어떻게 빚어내고 있는지를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선택하는 연습을 하세요. 그러면 본인이 의도한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디자인 요소별 프레임내 사용과 구성 방법론에 대해서는 강의 시간에 더 자세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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