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옮긴 최영진 님의 말에 의하면 <만약에>라는 이 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 시인 키플링이 1910년에 12세가 된 아들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발표된 시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너를 탓할 때 네 자신을 믿을 수 있다면 네 주위의 사람들이 너를 믿지 않더라도 네 자신을 믿으며 그들의 의심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기다림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거짓이 다가와도 거짓으로 대하지 않고 미움을 받더라도 미움에 굴하지 않으며 나를 내세우거나 현명한 척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이 시의 단 한 구절도 오롯이 이루며 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늪에 빠진 것 같은 마음을 끌어올려 주는 것은 결국 ‘선(virtue)’이라는 결론 앞에 머무르고 싶을 때 이 책을 붙잡습니다. 신이 보시기에도 선한 것을 택하면 그 밖의 일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은 그의 섭리대로 되는 것이리라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기에 내 주위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지 않고 나를 탓하더라도, 그로 인해 ‘나’를 스스로 해치지 않으며 그들의 의심까지도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겸손이 그저 삶을 이끌도록 몸에 힘을 빼자고 생각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손짓에, 눈빛에, 말에 마음을 베어버렸을 때 가만히 이 시를 꺼내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혼란해진 감정으로 가시가 돋친 언어들을 들여다보며 가지치기 해주고 문장으로 남겨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함을 지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상처가 덧나지 않기 위해 써 내려간다면, “만약에” 우리가 그럴 수 있다면, 꽤나 멋진 산책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