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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어산책 Nov 03. 2020

만약에 : 마음이 무너져내릴 때

러디어드 키플링 <만약에>, 살림출판사

마음이 어지럽고 미움이 몰려오는 날이 있습니다.

세상이, 사람과의 관계가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을

마주하는 것은 적응되지 않는 한숨 같기도 합니다. 그럴 때 꺼내어 드는 책이 있습니다.


삶을 가늠할 수 없을 때,

내 손에 잡히는 언어가 있다는 것은,

그 언어가 나를 다독일 수 있다는 것은,

고맙고 갸륵한 일입니다.



이 시를 옮긴 최영진 님의 말에 의하면 <만약에>라는 이 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 시인 키플링이 1910년에 12세가 된 아들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발표된 시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너를 탓할 때
네 자신을 믿을 수 있다면
네 주위의 사람들이 너를 믿지 않더라도
네 자신을 믿으며
그들의 의심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기다림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거짓이 다가와도 거짓으로 대하지 않고
미움을 받더라도 미움에 굴하지 않으며
나를 내세우거나
현명한 척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이 시의 단 한 구절도 오롯이 이루며 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늪에 빠진 것 같은 마음을 끌어올려 주는 것은 결국 ‘선(virtue)’이라는 결론 앞에 머무르고 싶을 때 이 책을 붙잡습니다. 신이 보시기에도 선한 것을 택하면 그 밖의 일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은 그의 섭리대로 되는 것이리라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기에 내 주위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지 않고 나를 탓하더라도, 그로 인해 ‘나’를 스스로 해치지 않으며 그들의 의심까지도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겸손이 그저 삶을 이끌도록 몸에 힘을 빼자고 생각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손짓에, 눈빛에, 말에 마음을 베어버렸을 때 가만히 이 시를 꺼내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혼란해진 감정으로 가시가 돋친 언어들을 들여다보며 가지치기 해주고 문장으로 남겨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함을 지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상처가 덧나지 않기 위해 써 내려간다면, “만약에” 우리가 그럴 수 있다면, 꽤나 멋진 산책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책으로 자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학생들과 수업을 할 수 있다면,


- 가장 와 닿는 구절이 무엇이었는지

- 어떤 구절이 가장 지금의 나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는지

- 이 시중에서 가장 살아내기 힘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 이 시를 이어서 써본다면 어떤 구절을 덧붙이고 싶은지


함께 쓰고 생각해보며,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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