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미진, 그림 배현정 <땋은 머리>, atnoon books.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이렇게 지나는 순간순간마다 찾아가 투정할 수 있는 할머니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곱게 머리 빗어주고 땋아주며 두런두런 살아온 이야기 해주시는 그런 어른의 손길은 신비로운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잔소리도, 교훈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 그 재잘거림에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펴지고 옹졸해졌던 시야가 넓어지는 그런 경험이 우리에게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우리집은 경미한 치매가 있으신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나중에는 걸을 힘마저 없어지셔서 몸도 정신도 큰 아들에게 의지하며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저는 할머니가 의지하는 큰 아들의 딸로서 그런 할머니가 야속할 때도 있었습니다. 우리 아빠,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고생하는 것도 모르고 자꾸만 깜빡하시는 것이 약 오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 대신 손과 발이 되어야 하는 엄마의 삶이 불쌍하기도 해서 할머니에게 살갑게 해 주지 못하는 손녀딸이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연초에 저는 대학원 졸업 논문을 쓰고 있었고 새로이 입사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할머니와도 바쁘게 굿바이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코끝이 쨍해지는
알싸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면
자꾸만, 할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연옥이 너는 어디 가서든 잘할 거야,”
“우리 박사님, 장하다 내 새끼.”
“미안하다, 할머니가.”
1월 15일
아침에 차가 왔다. 타고 요양원에 갔다.
중식 잘 먹고 맛있게 먹었다.
집에 오니 우리 기여운 연옥이가 와 있었다.
사랑하는 연옥 보고 싶었다.
건강한 연옥 보니 좋았다.
이 책으로 자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학생들과 수업을 할 수 있다면,
가만히 혼자 글을 써 보고 싶다면
- 할머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 적어보기
- 할머니와의 따뜻한 기억은 뭐가 있는지
- 나는 어떤 할머니(할아버지)가 되고 싶은지
- 주인공처럼 내가 자녀의 머리를 땋아주는
엄마(아빠)라면, 머리를 만지며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지
함께 이야기해 보면 따뜻한 산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