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곱글자부부 Oct 27. 2019

[출간 소식] 평생 살 거 아니어도 예쁜 집에 살래요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근 1년 동안 새 글 없이 브런치를 방치하면서 로그인을 할 때 마다 별거 없는 우리 브런치를 구독해주신 구독자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새 글이 없었던 것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자면 브런치에 기록용으로 남겼던 신혼집 공사일지를 통해 감사하게도 출간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만세!) 

주말에 발가락만 까딱이다가 원고 완성을 못하고 계약 파기 되는건 아닐까하는 무서운 상상도 해보았지만 다행히 저희의 올 한 해 가장 큰 숙제를 잘 해결하였습니다.


책에는 싣지 못했던 각자의 출간 소회를 브런치에 남겨봅니다.





<평생 살 거 아니어도 예쁜 집에 살래요> 메이킹 노트


아내 ver.

결혼 후 몇 달 뒤 개인적인 건강 문제로 한 달 정도 병가를 내고 쉰 적이 있었다. 더운 여름이었고 한동안은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몸 상태도 아니었던 터라 2~3주 동안은 외출보단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또 언제 이렇게 쉬겠나 싶어 이참에 질리도록 먹고 자고만 하려고 했는데 태생이 베짱이는 못 되는 건지 시간이 여유롭게 주어지니 생산적인 어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공사했던 이야기를 어딘가에 써서 남겨두면 좋을 것 같다고 공사 기간에 남편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책을 많이 보는 다독자도 아니고 글쓰기라곤 대학교 때 조금 끄적이던 일기가 다인 내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 동안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글’ 이라는 걸 써야한다고 생각하니 잘 써야할 것 같은 부담감에 쉽게 페이지가 채워지질 않았다. 이러다간 시작도 못하고 쩔쩔매다 포기하겠다 싶었다. 그냥 뒤늦게 쓰는 일기처럼 쓰자, 굳이 있어보이게 쓸 필요도 없고 어차피 기록인데 라는 생각으로 공사 때의 기억을 더듬어가니 나중에 꼭 써야지 했던 에피소드들이 문득 문득 떠올라 신기하게 술술 써졌다.


같은 공사 파트를 각자의 생각대로 쓰되 같은 제목으로 발행하자고 한건 남편의 아이디어였다. 발행 알람이 뜨면 일기 훔쳐보듯이 킥킥거리며 서로의 글을 읽었다. 몇 달이 지나서야 알게 된 공사 당시 남편의 상황, 기분, 생각들이 웃기기도 고맙기도 했다. 남편도 내 글을 보며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는걸 몇 번 목격했다. 


일이 더 커졌다. 장래희망으로도 꿈꿔보지 않았던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되는 일은 쉬운게 아니었다. 평일엔 회사가고 주말엔 쉬던 평범한 일상에 글쓰기라는 중대한 업무가 끼어들었다. 원고 마감을 위해 몇 달간 주말 중 최소 하루는 두문불출하며 노트북을 붙잡고 있었다. 어쩌다 주말 내내 외출해있다보면 ‘아, 글 언제 쓰지’ 하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떻게 쓸지 고민의 시간을 오래 갖고 정작 글을 쓰는건 2-3시간만에 집중해서 다 써버린 후 뒤돌아보지 않는 스타일인 남편보단 오랜 시간 원고를 붙들고 채웠다 지웠다 하는 내가 더 걱정이었다. 내가 작가가 되고보니 몇 권씩 항상 흥미로운 내용으로 책을 출간하는 작가님들이 예사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건 결혼 전 약 두 달 간의 공사 기간이지만 실은 생각지도 못하게 갑자기 작가가 되었던 우리의 1년 간의 시간도 담겨있다. 그저 평범한 한 신혼부부의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이야기지만 이 책을 집어 들어주신 분들에게 흥미롭고 유용하길 바라본다. 뭐가 됐든 어쨌든, 기다려왔던 탈고 그리고 출간이다!




남편 ver.

삷에서 건축은 시간을 담는 그릇의 역할을 맡는다. 여주인공이 캐스팅되면서 내 삶은 개편을 맞이했고 건축역에도 새로운 캐스팅이 필요했다. 개편과 같이 새로 캐스팅 된 ‘우리집’은 지난 일년 반 동안 우리와 함께 좋은 합을 맞추고있다. 그리고 곧 다가올 두번째 겨울을 준비하는 동안, 평생 조연만 맡을 줄 알았던 ‘우리집’을 주연으로 내세운 책이 출판됐다.


이 책 <평생 살 거 아니지만 예쁜집에 살래요.>는 내가 만들어 세상에 내보낸 것 중 가장 작은 물건이다. 하지만 그 무게감은 여태 만들어온 건축물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서점에 책이 놓인걸 봤을 때 여러 감정이 들었지만, 애써 무덤한 척 했다. 뿌듯함이 파도처럼 밀고 들어왔다가 금새 도로 밀려 나가자 텁텁한 모래사장이 드러났다. 그리고 다시 뿌듯함의 파도가 밀려들어왔다. 우리 부부가 존재했다고 증명하듯 세상에 발자국을 남긴 것을 보며 감격하며 미소를 지었지만, 하얗고 깨끗한 백사장에 고칠 수도 지울 수도 없는 발자국을 남긴듯 막연한 죄책감도 들어 책이 놓인 매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책 자체는 구성도 내용도 담고 있는 의미도 과히 나쁘지 않다. 스스로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퀄리티에 있어서는 당당하게 가슴피고 자신할 수 있다. 한 단어의 객관적 사실이 맞는지 온갖 사진과 자료들을 뒤졌고, 한 문장의 어색함을 찾아내기 위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피하지 않고 맞서고, 한 챕터의 당위성을 위해 글의 절반을 다시 쓰기도 했다. 사진도 편집도 디자인도 책의 모든 부분에서 아내와 나는 치열했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퀄리티에 자신하는 만큼, 내 후회와 죄책감은 책의 퀄리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책이 안팔릴것을, 혹은 혹평을 걱정하지도 않는다. 책에 대한 과거의 노력도 미래의 전망도 난 모두 자신한다. 다만 백사장에 내 발자국이 찍혔다는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 놀라 당혹스러운 것 뿐이다. 그래서 나는 잠시 이 작고 이쁜 발자국에서 눈을 돌려 백사장을 바라보려 한다. 백사장에 발자국을 찍어버린 범인은 이제 책임감을 가지고 이 해변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려 한다. 그 모습이 젊음과 서핑이 넘치는 곳인지, 황혼과 갈매기 소리가 조용히 울리는 곳인지 아직은 모른다. 그래도 나아가 보려한다. 혹시 서점에서 백사장에 찍힌 작고 이쁜 발자국을 보았다면, 그 뒤에 펼쳐질 풍경도 기대하며 발자국을 따라와도 좋다.





목차


프롤로그

동네   집 구하기

   디자인 · 철거

설비   방수 · 수도 · 전기

벽과 천장   목공 · 페인트

바닥   타일

수납   붙박이장 · 싱크대 · 분리수거장

디테일   조명 · 스위치 · 수전

우리 집   가구 · 보수

에필로그

집요정이 알려주는 건축 용어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8656904&orderClick=LEa&Kc=#N


yes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80908944?Acode=101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3423204&start=slayer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가 쓰는 신혼집 보수일지 - 타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