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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Mar 01. 2022

치유와 생산의 삶

자연으로 돌아가기

10년, 20년 사이에 세상은 또 많이 달라졌다. 특히 자연스러움, 사람 중심의 생활문화가 많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기계와 통신이 파고들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우리 생활은 좀 더 많이 변했다는 말이 있는데 맞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SNS와 동영상이 거기에 합체되면서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소비가 그쪽으로 쏠리면서 점점 매체도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움직였다. 짧고 자극적인 소비 위주의 컨텐츠가 넘쳐나면서 슬프게도 굳이 거기에 열광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도 거기에 맞추어 조금씩 조정되었다.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활동의 반경은 훨씬 좁아졌고 어쩔 수 없이 내가 할 수 있는건 기기를 통한 만들어진 컨텐츠 소비 뿐이었다. 이게 아니어도 짜여진 틀 속에서 하루하루 돈을 벌어 소비하는 것이 전부인 현대의 일상이었는데 그 소비가 점점 선택지가 없어졌다. 하루하루의 일상은 일부러 밖에 나가 걷거나 뛰는 것이 아니면 영상 시청과 소비로만 채워지고 있다. 스스로가 굳어지고 쪼그라든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딱히 이걸 박차고 나가 새롭게 생활할 수 있는 방도를 찾지 못해 답답함만 더해진다.


그 와중에 서울은 점점 몰려드는 인구와 역시 돈벌기 위주의 개발로 숨 막히는 환경으로 변해 가고 있다. 그나마 개발이 덜 된 동네에서는 조금 멀리도 바라보고 숨이 트이기도 하지만 잘 개발되고 정돈된 인기 지역은 빼곡하게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고층건물의 숲으로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이곳은 역시 소비생활이 편리한 그런 곳이다. 편리하다는 것은 알겠으나 사람들끼리의 교류도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최소한의 교감도 없다. 같은 아파트여도 옛날 어렸을 때 살았던 낮은 건물, 넓은 공용공간, 나무가 우거진 그런 인간적인 단지는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그래서 아주 돈이 많은 사람들과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경기도 외곽으로 나가기 시작한 것 같다. 미국처럼 교외에 잘 정비된 주거단지가 생겨나는 그런 단계는 아닌 것 같고. 자연 속 여유로운 주택촌에서 사는 것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직 힘든 선택이다. 아주 호화로운 타운하우스 단지이거나, 아니면 정말 농촌 속에 뜸하게 서 있는 집에서 약간의 한적함을 감수하면서 살아야 하는 상황인 듯 하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창작활동을 하고 옛날로 돌아간 듯 작은 규모나마 밭을 일구고 정원을 가꾸면서 산다. 가장 원초적인 노동을 하면서 자연의 평화로움 속에서 산다. 밭에서 가꾼 작물들은 힘들지만 당연히 유통 체인을 거쳐서 먹는 것들과는 맛과 에너지가 다를 것이고. 너무나 자연스럽고 생명력이 넘치는 그런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익숙해진 이 도시의 삶, 여럿과 어울리는 삶과는 또 다른 극단이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쉬운 선택이 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서울과 여러 대도시들을 균형있게 원칙있게 개발을 했더라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인간적이 환경이 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좀 아쉬워진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주위에 아픈 사람들이 참 많다. 지구만 환경오염으로 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도 다 앓고 있다. 이건 인공적으로 치료할 게 아니라 우리 몸의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환경의 생명력을 다시 키워내야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외곽으로 나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책방에 가도 이런 자연 치유와 본연으로 돌아가기의 내용들이 각 코너마다 보인다. 시대의 변화는 갈수록 빨라지는 것 같은데 다음 10년 동안은 이 변화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갈 것인지? 어쩌면 아주 다른 두 개의 흐름으로 갈라지는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든다.


* 노석미 화가의 양평살이 에세이를 읽었다. 자연스럽고 담백한데 무게가 있어서 참 좋았다. 요즘 자주 보이는 소위 세련 감성 화법의 책들과 다른 편안하고 담백한 이야기들이었다. 실제 근교에서 사는 것이 어떤지, 잔잔한 이야기들이 소박하면서도 가볍지 않았다. 역시 화가의 문장이어서일까? 그림을 보는 것 같이 문장들이 아름답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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