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크 Aug 19. 2023

하와이 단상

지상 낙원

 #1. 하와이

하와이 마우이 섬에 역대급 산불이 나서 엄청난 면적이 타고 인명 피해까지 심하게 났다고 한다. 너무나 안타깝다. 마음 속의 천국과도 같은 곳인데. 기후변화의 폭격을 여기서 맞게 되다니 ㅠ 화재로 소실되기에는 너무 멋진 곳이다. 거주민들과 하와이섬의 모든 것들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난 신혼여행으로 하와이에 갔었다. 기억에 대충 사람들 취향이 휴양지와 유럽 배낭여행으로 크게 갈렸었다. 한 번 가는거 평소 못 가는 먼 데로 가겠다는 사람들은 모리셔스, 칸쿤, 몰디브 등으로 갔고 비행도 피곤하고 난 쉬겠다는 사람들은 동남아로. 그리고 저 두 개를 좀 절충하고 싶다는 게 하와이였던 것 같다. 하와이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물어보니 휴양지건 배낭여행이건 좋았다와 별로였다(심심했다, 싸웠다 등)가 다 있었는데 유독 하와이 다녀온 사람들은 호평 일색에 10주년 때 꼭 다시 가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가보니 하와이는 여러 장점을 다 갖춘 게 장점인 그런 곳이었다. 개도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선진국의 깔끔한 인프라가 같이 있었고 산과 바다를, 히피 빈티지 구역과 세련된 도심 구역을 다 가지고 있어서 긴 시간을 보내기에도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난 오아후 본섬만 갔는데도 그랬다) 사진 4개를 골라도 무지개 색의 다양한 색감이 고루 나와야 할 텐데 의외로 풍경 사진을 많이 안 찍어서 하나우마베이와 목장 사진을 대표로 넣었다.


산과 평원의 짙푸른 녹색, 바다의 맑은 파란색, 파인애플 농장의 진한 노란색, 꽃 목걸이의 하얀색과 보라색 등 하와이는 열대의 진한 색깔과 바닷가 마을의 빈티지한 색깔들이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친다. 다녀온지 이제 5년이 넘어가는데도 가끔씩, 특히 여름이 되면 생각날 때가 있다. 생명력 넘치는 자연이 그리울 때 항상 하와이 생각이 난다. 언제나 마음 속 낙원으로 있었던 하와이가 이렇게 무서운 산불 소식으로 찾아오니 안타까울 뿐이다. 나도 10주년 때는 마우이섬을 껴서 다시 가리라, 생각했었는데. 곧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가길. 기후변화가 무섭다 무섭다 했지만 이번 화재는 느낌이 또 다르다.


#2. 옷 


몇 년 전부터 친구와 푸념했던 옷 이야기.

왜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색과 프린트의 옷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일까? 패션이 점점 세련되어진다고는 하는데 난 갈수록 오히려 기본 아이템을 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중 하나가 티셔츠. 여러 특이한 모양의 옷으로 멋 내는 것도 좋지만 역시 제일 편한 것은 티셔츠에 바지나 치마를 입는 것이고, 하의보다는 상의에 개성을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기본적인 티셔츠를 사는게 더 어렵다; 언제부턴가 여자 티셔츠는 크롭티 유행을 타고 너무 짧거나, 아니면 오버사이즈로 벙벙하거나, 그게 아니면 앞이나 뒤를 무섭게 팠거나... 요란하게 모양을 바꾸고 기본 순면이 아닌 특이한 화학섬유로 만든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ㅠ 반면 이런 유행에 밀려 기본형 티셔츠들의 숫자와 디자인의 다양성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이건 원피스도 마찬가지인데 그냥 면 소재에 목이든 소매든 몸에 잘 맞는 기본형으로 만들되 다양한 색깔과 프린트로 선택지를 넓힐 수는 없는 것일까...? 언제나 그렇듯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것이 오히려 고급스럽고 유행을 타지 않아 오래 가는 법이다. 게다가 이런 기본 아이템은 원단만 확보되면 재단이 번거롭지 않으니 제작도 쉬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염색 기술의 문제인 것일까. 혹은 사람들의 취향?


최근에는 점점 심해지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온통 검정색 일색으로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여름이라는 계절에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이 땡볕에 검정색 옷은 온도를 올리면 올렸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데.. 선택지가 많지 않으니 가장 무난하고 튀지 않는 무채색 옷으로 자꾸만 입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사실 그럼에도 이 더위에는 흰색 옷이 차라리 나을 거 같은데 생각보다 올블랙 패션이 많아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의 사회 문화적인 요인과 분명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알록달록 색감하면 떠오르는 하와이...

왼쪽은 하와이 신행 때 샀던 파인애플 티셔츠. 오른쪽은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홀리스터 티셔츠.

너무 오래 입어 이제 버려야 되는데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분명 옛날엔 저런 티셔츠들이 백화점이나 몰 구석에서 세일한다고 만원에 팔고 그랬었는데 ㅠ 그땐 소위 힙한 패션은 없었지만 차라리 기본 옷들의 가짓수는 더 많았던 것 같다. 왜 자꾸 옛날이 그리워지는 건지.


#3. 포케


날씨는 덥고 하와이가 생각나지만 갈 수는 없고 그래서 가는 곳은 하와이를 생각나게 하는 식당!

서울에 여러 곳이 있겠지만 나의 원픽은 삼각지 가타부타. 여긴 골목을 걸어가다가 외관이 눈에 딱 들어와서 들어갔던 곳인데 맘에 들어 생각날 때마다 가고 있다. 


사실 하와이보다는 오키나와에 가까운 느낌이 나는 곳인데 널찍한 공간에 오픈 주방, 원목과 각종 섬을 떠올리게 하는 손맛 나는 오브제들이 어우러져 참 맘에 드는 곳이다. 메뉴도 참치 포케, 우니 무밥, 명란 커리, 토마토 로꼬모꼬 등 딱 하와이가 생각나는 맛깔나는 일품요리들. 하나씩 먹어봤는데 다 맛있었다. 더운 여름 낮에도, 바람 살랑살랑 부는 저녁에도 부담없이 들러 한 끼 먹고 싶어지는 그런 곳. 


스파이시 참치 포케 그리고 우니 무밥


요새 포케 식당이 여기저기 보인다. 체인도 늘어나는 것 같고. 이게 어찌 보면 참치 회덮밥인데 입맛 없는 여름엔 이만한 메뉴도 없는 것 같다. 다만 포케라는 게 서양식이라서 그런지 채소와 참치를 듬뿍 얹어 그릇을 채웠는데 정작 밥은 현미밥으로 경단 크기만큼 섞어 넣어 뭔가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샐러드로 끼니 때운 것 같은) 느낌인 경우가 있어 좀 아쉽다. 그런 면에서도 가타부타 참치포케는 한국인 입맛에 적당하여 만족스럽다. 가끔 저탄고지/케톤 식단의 신봉자인 사람들이 보이는데 그쪽 이론을 보다보면 나 같은 토종 한국인 입맛들은 어떻게 사나 싶다. 내가 탄수화물 중독자인건지... 근데 아무리 봐도 고기와 채소 위주의 저 식단은 서양식 구성인데. 그게 구석기 인류의 식단과 가장 유사하다고 하는데 음...... 뭐가 맞는건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