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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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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소년 Mar 29. 2021

여섯 번째 잔상

뒷모습






'뒷모습'













한참을

그대의 곁에서 하루의 절반이나 되는 시간을

함께 보내던 나날들

함께 할수록 그대의 향기가

내 코트 언저리에 스며들어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듯이

이제는 당연하게 되어버린

그대의 일부분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떠들던

어느 연인과도 같은 우리의 모습들

함께하는 그 거리, 장소 그리고 그 시간 속

잔잔히 뿌려져 스며들던 추억들

그때는 왜 그리도 남기는 것을 좋아했는지

모든 순간을 아끼지 않고 기억하려 애쓰던

나의 여린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하루의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

이제는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끝내 이별이 아쉬워 집 가는 길

서로 맞잡던 손을 더욱 굳세게 잡아

한시 코 떨어지려 하지 않았던 순간들





함께 하는 순간에는 그렇게 행복해

시간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었는데

이별이 가까워질 때면

무심히 지나가는 시곗바늘을

연신 들여다보며

초조해하던 나 자신





헤어지는 순간

그대에게 뒷모습을 보이기 싫어

먼저 떠나가라며 소소한 다툼 속

마지못해 먼저 등을 보이던 

그대, 한 번쯤 돌아봐주길 소소하게 속으로 바라면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저 멀리서

뒤돌아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보이던 미소

그 모습을 보자 비로소 마음이 놓여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체

뒤돌아 집으로 향해 가던 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우리는 이별이라는 무덤덤하고

아픈 상처를 선택하게 되었고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그대와 함께 해왔던

모든 추억과 기억들을

마무리하고 잠시가 아닌

이제는 끝이라는 정점을 두고

집으로 향하던 길 두 번 다시 붙잡을 수 없는

그대의 손을 잡지도 못해보고

이별의 길로 향하던 우리




마지막이지만

그래도 그대를 먼저 떠나보내려 배웅하며

그대의 뒷모습만 지켜보던 나

한 번쯤 돌아봐주겠지 하는 이기적인 욕심을

부려보지만 끝내 뒷모습만을 남긴 체

그대의 실루엣이 흐려지고 흐려져

이제는 눈 앞에서 자취를 감추던 그 순간




가슴이 뜨겁게 미워져 눈가에는 슬픔이 가득 밀려와

끝내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숨이 가빠져

아픈 마음 티 내지 않기 위해 입을 틀어막아도

그대와 함께한 추억들이 많기에

추억들을 떨어트리는데 그렇게나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대의 흔적과 함께해왔던

추억들을

떨쳐 내고는 눈물이 메마를 때쯤

그때서야 나의 뒷모습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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