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뒷모습'
한참을
그대의 곁에서 하루의 절반이나 되는 시간을
함께 보내던 나날들
함께 할수록 그대의 향기가
내 코트 언저리에 스며들어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듯이
이제는 당연하게 되어버린
그대의 일부분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떠들던
어느 연인과도 같은 우리의 모습들
함께하는 그 거리, 장소 그리고 그 시간 속
잔잔히 뿌려져 스며들던 추억들
그때는 왜 그리도 남기는 것을 좋아했는지
모든 순간을 아끼지 않고 기억하려 애쓰던
나의 여린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하루의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
이제는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끝내 이별이 아쉬워 집 가는 길
서로 맞잡던 손을 더욱 굳세게 잡아
한시 코 떨어지려 하지 않았던 순간들
함께 하는 순간에는 그렇게 행복해
시간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었는데
이별이 가까워질 때면
무심히 지나가는 시곗바늘을
연신 들여다보며
초조해하던 나 자신
헤어지는 순간
그대에게 뒷모습을 보이기 싫어
먼저 떠나가라며 소소한 다툼 속
마지못해 먼저 등을 보이던
그대, 한 번쯤 돌아봐주길 소소하게 속으로 바라면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저 멀리서
뒤돌아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보이던 미소
그 모습을 보자 비로소 마음이 놓여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체
뒤돌아 집으로 향해 가던 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우리는 이별이라는 무덤덤하고
아픈 상처를 선택하게 되었고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그대와 함께 해왔던
모든 추억과 기억들을
마무리하고 잠시가 아닌
이제는 끝이라는 정점을 두고
집으로 향하던 길 두 번 다시 붙잡을 수 없는
그대의 손을 잡지도 못해보고
이별의 길로 향하던 우리
마지막이지만
그래도 그대를 먼저 떠나보내려 배웅하며
그대의 뒷모습만 지켜보던 나
한 번쯤 돌아봐주겠지 하는 이기적인 욕심을
부려보지만 끝내 뒷모습만을 남긴 체
그대의 실루엣이 흐려지고 흐려져
이제는 눈 앞에서 자취를 감추던 그 순간
가슴이 뜨겁게 미워져 눈가에는 슬픔이 가득 밀려와
끝내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숨이 가빠져
아픈 마음 티 내지 않기 위해 입을 틀어막아도
그대와 함께한 추억들이 많기에
추억들을 떨어트리는데 그렇게나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대의 흔적과 함께해왔던
추억들을
떨쳐 내고는 눈물이 메마를 때쯤
그때서야 나의 뒷모습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