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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가쏭 Aug 26. 2018

나는 왜 아쉬움이 남는 선택을 하는 걸까?

합리적이지 않아도 괜찮아

어? 진짜 포도씨유 사 왔네?


얼마 전 계란 후라이를 하려고 보니 식용유가 똑 떨어져 있었다. 급하게 신랑에게 포도씨유나 일반 식용유 중에서 아무거나 사다 달라고 했다. 포도씨유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가격이 비쌀 경우 다른 기름도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는 기름을 살 때마다 같은 고민을 했다. 이번엔 포도씨유를 사볼까? 하고. 막상 사려고 하면 가격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매번 다른 기름을 사곤 했었다. 사실 가격차이도 얼마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차선책을 선택했었다.


신랑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포도씨유를 사 왔다. 크기도 딱 알맞을 크기로. 덕분에 처음으로 우리 집에 포도씨유를 들였다. "오 잘 사 왔네?"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지만 순간 난 그동안 왜 이걸 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도씨유가 진짜 좋다는 확신이 없어서? 단지 조금 비싸다는 이유로? 돌아보면 나는 항상 사소한 이유로 아쉬움이 남는 선택을 하곤 했다.


물건을 고를 때에도, 여행 장소를 정할 때에도, 진로를 결정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이유들이 내 선택을 바꿔 놓았다. 초콜릿 머핀이 먹고 싶었지만 양이 좀 더 적다는 이유로 마카롱을 샀다. 노란색 우산을 들고 싶었지만 가벼운 3단 우산을 들고 나오곤 했다. 흰색 이불을 사고 싶었지만 더러워져도 티가 덜 나는 회색 이불을 샀다.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빙빙 둘러 다른 선택을 하곤 했다.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 그런 선택.


나는 왜 내가 원하는 그것을
택하지 못했던 걸까?

녹차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택하곤 했다.


사실 포도씨유든 올리브유든 무엇을 선택하든 큰 차이는 없을지 모르겠다. 문제는 결정을 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 선택을 하는 나의 태도가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인생에 중요한 문제를 대할 때에도 같은 태도로 임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진로를 결정할 때 육아방식을 택 할 때에도 그랬다.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나는 왜 그런 아쉬운 선택을 했던 걸까? 내가 원하는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이 두려웠던 걸까?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그냥 내가 좋아서 선택는 것을 욕심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어느 정도는 내가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내 취향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는 내가 양보해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선택을 했다. 어차피 모든 선택에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인데 무엇이 욕심이고 무엇을 양보한다는 거였을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게 나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란색 장우산을 들고나가고 싶던 날 그 우산을 들었다면 무겁다고 불평을 했을지언정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겁지만 좋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신랑이 포도씨유를 사 왔을 때 조금 비싸게 샀을지언정 포도씨유라 좋네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노란 우산을 들걸 그랬나? 역시 그랬어. 포도씨유를 살 걸 그랬나? 다음에 한 번 사보자'와 같은 머릿속에 맴도는 아쉬움과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 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걸까?

설레이는 그것을  선택하고 싶었다.


정말 이대로 계속 살아도 괜찮을까? 진지하게 물었다. 물론 대답은 '아니오' 였지만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알지 못했다. 비가 오고 있었고, 바람도 서늘해서 기분이 좋아진 어느 순간 '그래 그냥 하면 되지. 몰 이렇게 어렵게 생각해?'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렸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처음에 떠오른 것을 하면 되는 듯했다. 조금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도, 불편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뿐이었다.


당장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부터 그렇게 하고 싶었다. 퇴사도 했겠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기였. 그러나 몇십 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선택을 해왔던 내가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당장 변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다. 이런 큰 결정보다는 일상의 작은 선택들부터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해 나가기로 했다. 이것저것 모든 걸 만족하지 않아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딱 맞는 그런 선택.


조금 멀고 주차도 힘들지만 가보고 싶었던 익선동을 가보는 것. 인터넷에 널린 게 무료 정보라지만 궁금하던 퍼블리 유료 콘텐츠를 사서 보는 것. 지금 가지고 있는 식탁과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내가 사고 싶던 의자를 사는 것. 이런 선택을 계속해 나가면서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때로는 합리적인 것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일임을 믿게 될 수 있도록. 내 인생 전체에 후회와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내 인생을 만드는 걸 테니까.


조금 바보 같더라도
후회를 줄여줄 수 있는 선택이라면
해보기로 했다.



 


[다음 편] 주체적인 선택의 중요성



안녕하세요.

퇴사 후, 방황 중인 인생여행가쏭입니다.


100을 생각하지만 1만 실천하는 사람이에요.

글을 쓰면 10은 행동에 옮기지 않을까 싶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ㅎ


방황하는 1년의 시간이 허무하게 사라질까 두려워

[머뭇거림과 용기 사이]와 [일상모험 프로젝트] 글을 연재하고 있어요!


이후, 인생에서 가장 오래 머뭇거린 홈스타일링 도전

준비 중이며 관련해 연말부터 새로운 연재할 시작 할 예정이에요!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불투명 상태지만요ㅜ.ㅜ)


진짜 하나 안 하나, 궁금하신 분들은 구독 눌러주시고ㅎ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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