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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a May 30. 2020

네가 어렸을 때.

The Gift 4.

그때 겨우 다섯 살 된 너를 데리고

여기저기 헤매고 다닐 때였어.


그날도 역시 발달센터로 향해 가다가

빨간 신호를 받게 돼서 속도를 줄였는데

뒷좌석 문이 '덜컥'하고 열리는 소리가

엄마 귀엔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더라.


그때 마침 옆라인에 다른 운전자가

당황인지 경고인지 빵빵거려서

엄마는 놀래서 혼비백산하다가

곧 절망으로 이성을 잃어버렸어.


짧은 순간 엄마는 이 모든 상황이

자폐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 들어서

차에서부터 센터에 도착할 때까지

자폐증 탓을 하며 계속 울었거든.


그런데,,,


선생님께 이 사실을 이야기하자

선생님이 담담하게 그러시는 거야.

우리 아들도 그런 적이 있는데,

지우도 그랬어요?


그 말을 듣는데 엄마는 말이지

우는 것을 멈춰야 할지

계속 울어야 할지

순간 정말 너무 헷갈리더라.


네가 심리치료를 받는 40분 동안

엄마는 곰곰이 생각해 봤어.

사실 그 상황은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었더라.


네가 놀란 건 내가 울었기 때문이었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더라.

사실 엄마도 그 순간에

울만큼 놀랐던 건 아니었거든,


다만...

네가 벌써  잠긴 차 문을 열 수 있다니,

난 앞으로 어떻게 살지? 하는 것이

엄마가 운 정확한 이유더라고.


그러나 그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고

(뒷좌석 밖에서만 열리는 장치)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어.


그리고 사실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엄마도 어릴 때 택시에서 내릴 때,

운전석 뒤쪽 잠가놓은 문을 기어이 풀고 내려서

오토바이랑 부딪힐 뻔한 전과가 있었단다.


세상의 어떤 모녀가 30년 간격으로

그렇게 용감하게 차 문을 열겠니?

너랑 세월을 공유할수록

유전자의 징글함을 절실하게 느껴.


네 안에서 나를 자꾸 발견하면서

엄마는 한 가지 습관을 바꾸게 되었어.

무턱대고 자폐에게 누명을 씌우는

그런 습관을 그만 멈추게 된 거야.


언젠가부터 엄마는 이제 더 이상

자폐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아.

'자폐는 말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폐에게 전부 다 떠 넘기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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