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로서 살아가기 위한 시간
2. 엄마의 자리

by 이마음

공자는 마흔이 되니 세상 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며 마흔을 불혹이라 했다. 마흔은 그만큼 내적으로 안정감을 갖는 시기라고 보았다는 것인데, 과연 40세 혹은 40세 전후에 세상에 미혹되지 않고 안정을 갖는 이가 몇이나 될까.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마치자와 시즈오는 그의 책 『마흔의 의미』(마치자와 시즈오, 나무생각, 이정환 옮김, 2003)에서 심리학자 발리안트의 말을 빌어 “40대 초반에는 자기 자신의 마음과 젊은 시절 자신의 인생을 재평가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p29)하면서 "‘40세의 위기’는 내부세계로부터의 자기실현 욕구에서 생겨난다“(p40)고 제시했다. 곧 그 내부에서 비롯된 자기실현 욕구가 지금까지 형성해 온 생활을 뒤집어 놓을 정도이기에 ‘위기’라는 것이다.

…도대체 엄마는 왜 이러는 걸까? 누군가 할머니 곁에 있어야 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냥 나가 버리다니. 이렇게 엄마밖에 모르는 것도 마흔 살과 관계가 있을까? 다른 엄마들은 안 그런데 왜 우리 엄마만 유별난 거지? p56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에서는 나, 6학년 장가영의 가정이 배경이다. 집안의 모든 일은 엄마의 몫이라 여기는 가족 구성원이 이 이야기의 인물들인데, 그 중에서도 편찮으신 시어머니를 두고 갈등이 빚어진다.

“이건 모두 엄마 때문이야. 엄마가 집에 있으면 아무 일도 없잖아.” p28

“당신 마음대로 해! 앞으로 엄마한테 무슨 일만 있어봐, 그건 다 당신 책임이야!” p41

모든 가족이 치매 증상을 보이는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 엄마는 가족들에게 미술 학원 하는 친구의 화실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림도 그리겠다고 선언한다. 가족 중 누구도 엄마를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 할머니를 돌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나’는 엄마의 태도는 ‘무턱대고’ 하는 행동이며, ‘좋아 보이지’ 않았으며, 아빠도 어이없어 했다. 3대 독자인 아빠는 엄마가 아들을 낳으라고 들볶으며 힘들게 했던 할머니의 병 수발하는 것이 싫어서 일을 하겠다고 나선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할머니를 보살피는 일을 혼자 감당하기 보다는 다섯 명의 고모들과 나눠서 하기를 제안하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빠는 그런 엄마를 끝까지 무시한다.

집이 시끄러울 때마다 나는 엄마가 원망스럽다. 할머니 병을 알면서도 엄마는 직장을 고집했다. 그 뒤로 우리 집은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없다. 할머니 병이나 아빠의 짜증, 그리고 엄마의 무표정까지 다 엄마가 직장을 나가면서 더 심해진 것이다. p28-30

경제적인 이유로 맞벌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영의 엄마는 단지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정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의지를 결코 미루지 않고 감행했다.

“반란? 엄마가 왜? 뭐가 힘들다고 반란을 해?” p42

가영은 엄마의 폭탄 같은 선언을 ‘반란’이라는 말로 대체한다. 그나마 세 살 차이 나는 중2 가희는 상황이 못마땅 하긴 해도 엄마의 마음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우리 엄마도 드디어 마흔이 되었잖아. 엄마한테도 시간이라는 게 있어. 더 늦으면 엄마가 뭘 할 수 있겠어? 참, 그런데 엄마가 일 나간다고 내 도시락 안 싸주면 어떻게 하지? 다시 학교 급식 먹으라고 하지는 않겠지? 아, 몰라. 진짜 짜증나.” p42-44

가족들 중 유일하게 엄마 편을 드는 것 같으면서도 짜증 가득한 언니, 여전히 엄마의 행동을 이해 못하는 가영, 아예 엄마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아빠. 같은 여자이면서 누군가의 며느리이면서도 엄마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다섯 명의 고모들. 이런 가운데에서 흔들리지 않는 엄마. 할머니를 보살피는 것을 누군가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 누군가가 왜 엄마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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