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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Oct 09. 2021

일상이 비상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여행에세이<외로워서 떠났다> 일상이 비상


강남으로 왕복 3시간씩 출퇴근하던 적이 있었다. 잦은 출장과 야근으로 친구들은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게 고작이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잠만 자고 나가기 일쑤였다. 늘 바쁘다며 모임에 빠지는 나를 두고 지인들은 억대연봉이라도 받을 거라 여겼다. 그들의 야유 섞인 기대와 달리 그 시절 내가 얻은 것은 만성피로와 시간에 대한 무감각 뿐이었다. 벚꽃이 빗물을 덮고 잠든 것을 보고서야 봄이 온 것을 알았고, 샌들 사이로 튀어나온 발가락이 시리다 느꼈을 즈음 가을이 온 것을 알았다. 그 시절 내가 잃어버리고 살았던 것은 계절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3년의 시간을 보내고 통장에 채워지는 숫자가 그 상실감을 대신할 순 없다는 것을 깨닫았다. 그렇게 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고자 회사를 뛰쳐나왔다.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퍼지며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겨나고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제외한 외출을 삼간 채 자발적 고립생활을 택했다. 당연하고 평범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비싼 돈으로도 누릴 수 없는 특별한 것이 되어버렸고,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져갔다.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그 흔한 말조차 기약 없는 인사가 되어버렸고, 한 달에 한 번은 만나 소식을 나누던 지척 사는 지인과도 전화로 안부를 나눴다. 추석이나 설연휴에는 몇 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행정명령에 인원수를 헤아리며 모임의 여부를 결정하게 되었으며, 컴퓨터에 상을 차리고 절을 올리는 ‘온라인성묘’라는 기이한 차례문화도 생겨났다. 

거리에 사람들은 점점 줄어갔고 상점들도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취업의 문도 굳게 닫혀버렸다. 이로 인해 번져버린 상실감과 우울감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빗장을 채우게 했다. 그렇게 모두의 일상은 비상이 되어버렸다. 


이번엔 달랐다. 자의로 버려두었을 때와 타의로 빼앗겼을 때의 느낌은 극명한 온도차가 있었다. 형체 없는 그 바이러스에게 분하고 꽤심한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 지리멸렬한 시간을 버티고 또 버텨내는 것 밖에는.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외로워서.


여행에세이<외로워서 떠났다> 일상이 비상



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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