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프로젝트
동생이 물었다
“언니는 가장 맛있는 찌개가 뭐에요”
“김치찌개”
평소라면
한참을 고민했을 법한
적절한 답이 없는 질문
다행이었다
근래 단골 고깃집에 갔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첫날
방문한 냉삼집이다
주인장 홀로 운영하는 가게로
고기맛은 물론 소주값도 저렴했다
다 먹고 가려던 차
무더위에 주방과 홀을
동분서주하는 주인장을 보곤
아이스커피를 사다주었다
냉삼이 먹고 싶을 때
종종 이곳을 찾았다
며칠 전
손님이 모두 떠나간 시간이었다
주인장이 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나서려는데
황급히 뛰어나와 양손에
뜨겁고 묵직한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메뉴에도 없는
김.치.찌.개.
“김치 꽁지 넣고 끓였어.
들어간 건 없지만 맛있게 먹어”
이튿날
포장을 뜯고 보니
고기며 김치며 한가득 들었다
첫맛은 달았고
끝맛은 짰다
맛있는 맛을 내는 것은
죄다 넣은 것 같았다
맹물을 한사발 붓고 다시 끓였다
단맛은 사라졌고
짠맛만 남았다
그의 땀 맛인지
나의 눈물 맛인지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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