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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소 Feb 17. 2021

인생의 30년을 머문 이곳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30년 동안 한 동네 한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부모님, 2살 터울의 여동생과 4살 터울의 남동생으로 구성된 다섯 가족이었죠. 그 사이 할아버지를 모시기도 하고, 사촌 언니와 함께 거주했던 적도 있어요. 

여동생이 26살에 시집가면서, 남동생은 27살에 장가가면서 나갔습니다. 부모님은 남동생 결혼 후 1년 정도 지난 후 다른 지역에 땅을 알아보고는 그곳으로 내려가서 집을 짓고는 6개월이 지난 후 완전히 떠나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낯선 공간이 싫어서 큰딸 아침밥을 해줘야 한다면서 가는 것을 거부하셨지만, 그런 핑계가 통할 리가 없었죠. 

그렇게 모두 떠나고 혼자 살게 됐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이 집이 나의 첫 집이 됐습니다.


혼자 사는 모습은 창가로 비치는 한강, 클래식을 틀어놓고 와인을 마시는 풍경이었는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억울했습니다. 

30년 넘게 사용한 장롱과 화장대, 10년 넘게 사용하여 폭발할 것 같은 요란한 모터소리를 내는 세탁기, 문을 세게 닫아야만 하는 냉장고, 나 혼자 먹고 사용할 수 있는 식기 도구만 있습니다. 


엄마는 한 달에 한 번 오더니, 계절에 한 번, 1년에 한 번으로 오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올 때마다 “집 좀 꾸며. 나 같으면 벌써 바꿨겠다.” 그때마다 

“서울로 이사하면 그때 바꿀 거야.” 

그게 도대체 언제인지 엄마도 모르고, 나도 모른 채 아직도 이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모님이 이곳을 떠나면 바로 이사한다고 말해서 어떤 사람은 이미 이사한 줄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그곳에서 사는 것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저도 이렇게 오랫동안 살 줄은 몰랐으니깐요. 

언제 떠날지 몰라서 집을 잠자는 곳으로 사용했습니다. 혼자 지내는 세월이 쌓이다보니 집 구석구석 동생들과의 흔적,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 알게 모르게 나를 지켜봐 주는 동네 어르신들. 이것들이 나를 보호해주고 있었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공간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왜곡된 기억일 수도 있고, 상상력이 보태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니 미소지으며 볼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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