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역 신문에 나온 적 있었잖아."
20대 중반 때 회사 동료 A가 말했다.
A는 활달하고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반면에 나는 조용하였다. 그런 나를 A는 잘 챙겨주었다. 퇴근하고 맥주 한잔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매일 학교에서 잠만 자는 아이였다. A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리 지어 다니던 7명 친구가 있었고, 자칭 타칭 '칠공주'라 불렸다. 몰려다니면서 술도 마시고, 담배도 폈다고 한다. 반에 이상하게 '주는 것 없이 싫은 애'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7명이 그 애를 한 명씩 돌아가면서 때렸다고 한다. 그 애가 맞고 쓰러져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를 않아서 보니 죽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재수가 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로 들렸다.
그 사건이 학교에 알려지게 됐다. 학교에서는 반성문 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이 기억이 오래돼서 내용은 왜곡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A는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역 신문에 이름이 올라갔다.
A에게 지역신문 이야기는 가벼운 에피소드였다.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자고, 때린 사람은 오그리고 잔다'는 말이 떠올랐다. 난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어렸을 적 동생을 심하게 때린 기억은 불쑥 나타나 활개를 치고 그럴 때마다 죄책감에 휩싸였다. 동생한테 이야기하면 기억도 못했다.
기억에 남을 만큼 맞은 적이 없던 나는 몰랐다. 아니었다. 이 말은 가해자들이 만든 말이 아닐까? 이렇게 말해야 자신들도 때린 것에 대해 조금은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는 뉘앙스를 주기 위해서. 때린 사람들의 자기변명, 책임 회피 말이라 생각된다. 맞은 사람은 아프고 억울하고 상처받았는데 무슨 발 뻗고 잔다는 소리인지.
A는 자신을 '가해자'로 표현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흔히 할 수 있는 장난으로 여겼다. 그냥 장난 좀 친 것인데 운이 나빴을 뿐이었다. 단독 행동이 아니라서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학폭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친구들이랑 장난친거에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되풀이되는 앞으로도 끊을 수 없는 반복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오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