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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Dec 03. 2019

울지마 신입아,

오늘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는 신입 사원을 봤다. 신입이라고 하기에는 이제 어느덧 2년 차를 바라보는 친구이지만, 내 눈에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 사원이다. 나도 그 친구와 똑같은 스물다섯 살에 신입이던 때가 있었다. 업무가 쌓이면 당황스럽고, 차가운 눈초리를 받을 때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괜히 회사에서 울면 안 된다는 말에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훔쳤다. 한 번은 눈물을 참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나보다 먼저 화장실에 숨어서 울고 있던 동기를 만나 웃음이 터지기도 했었다. 


대학교에서 항공사와 관련된 건 비행기 타본 경험밖에 없던 나에게 항공사는 참 낯설고 어려웠다. 특히나 전공자들 사이에서 항공 관련 용어는 나에게 외국어와 다를 바 없었다. 내가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건 영어 번역 외에 대체 무엇이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때가 많았다. 점점 일이 손에 익고 항공 용어와 약어들을 알아가면서 이런 생각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신입이었다. 내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얼마되지 않았다. 


항공사라는 회사도 팀이라는 조직도 어색하기만 했던 신입사원 때를 견디게 해 준 건 결국 사람이었다. 당시 우리 본부의 상사들은 내가 업무를 하다 기가 죽어있을 때면 늘 나를 다독여주고 칭찬해주었다. 잘한다고, 잘하고 있다고, 더 많이 배우고 이 회사에서 잘 커나가라고 좋은 말만 해주던 사람들이었다. 당시의 내가 그들 눈에 충분하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내가 가진 장점만 말해주었다. 그래서 그때의 팀원들을 생각하면 몇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따스함이 느껴진다.


내가 받았던건 처럼, 오늘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던 신입이에게 나도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몇 년 후 그 친구가 신입사원 시절을 기억할 때 조금이라도 좋았던 첫 해로 남기를 바랐다. 내가 그랬듯이 그 친구의 회사 생활은 해가 지날 수록 더 나아질 거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인 경제 활동이 그 아이를 강하게 만들어 줄 거다. 사실 이 말은, 나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이제는 내가 나를 다독여야 하는 연차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말은 못 해주고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다가 책상에 두었다. 울지말자 신입아, 너도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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