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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휴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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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bbi Aug 08. 2018

12. 응급실(2)

나의 바람은 3개월만에 무너졌다.  다시 응급실에 가게 된 것이다. 이번에도 배가 말썽이었다.

통증은 자는 도중에 찾아왔다. 당시에는 친구가 잠시 우리 집에 머물고 있었는데, 통증 때문에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나를 보고 친구가 놀라서 일어났다. 소란한 소리에 다른 방에 있던 동생도 깨어났지만 나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구르고만 있었다. 동이 틀 무렵이었기에 동생과 친구는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하고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119가 아닌 택시에 실려 근처 응급실로 갔다. 정신 없는 와중에 접수대에 가서 통증 정도를 10 중에 10이라 말하고 또 다시 병원침대에 누웠다. 이번엔 위경련이었다. 나는 다른 환자에게 다 들릴 정도로 끙끙 앓다가 진통제를 맞고 조금씩 괜찮아졌다. 고맙고 미안하게도 그 모든 과정에 친구와 동생이 옆자리를 지켜줬고,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3개월 사이에 응급실을 두 번이나 가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가장 크게 남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당연하게도 건강이 최고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게 머물러주는 이들에게 더욱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 병원 침대는 묘한 능력을 가졌다.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에는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이 하나둘 머릿속을 스쳐간다. 나를 병원까지 인도해 준 동생과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가족들, 남자친구,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 대학동기와 선후배들,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 알바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모두모두 소중해진다. 그동안 그들에게 받은 수많은 마음들이 떠오르고 내가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만큼 표현 못했던 것이 아쉬워진다. (덕분에 퇴원하고 여기저기 연락하는 바람에 약속이 산더미처럼 늘어났다는 후문,,,ㅎㅎ)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응급실이지만, 덕분에 놓치고 살았던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요즘에도 다시 조금씩 소홀해져가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그 때를 떠올리곤 한다. 여전히 내 마음을 표현하는 건 부끄럽지만, 할 수 있을 때 해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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