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떠났던 나의 네 번째 여행. 우리 다섯 가족이 떠나는 첫 해외 여행이었다. 그동안 국내 여행은 몇 번 가봤어도 다같이 여권을 챙겨들고 나선 적은 없었는데 올해 드디어 그 스타트를 끊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몽골. 단순히 별을 보고 싶은 두 딸 때문에 가보기로 했다. 은하수를 배경으로 예쁜 가족사진을 건지겠노라 옷도 색깔 맞춰 챙기고, 우리 가족만의 이름을 담은 팻말도 만들었다. 팻말을 만들면서 이게 웬 호들갑인가 싶다가도,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성스레 붓질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리가 머무는 내내 먹구름이 떠날 생각을 않는 거다. 거기다 비까지 추적추적 쏟아지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은하수는 커녕 별 코빼기도 못봤다. 우린 별 대신 쏟아지는 비를 맞아야 했다.
홀딱 젖으면서도 우리는 뭐가 그리 좋은지 팻말을 들고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계속해서 셔터를 눌러댔고 눈부신 햇살 아래서는 아니지만 호텔의 형광조명 아래서 예쁜 가족사진도 건졌다.
솔직히 가장 기대했던 별을 못 본 게 아쉽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게르의 밤은 잊지 못할 거다. 은하수를 배경으로 사진은 못찍었어도 우리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줬다.
어쩌면 별보다 더 반짝이는 순간이었을 우리의 여행.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 싶지만 이번에 별 구경 못했으니, 다음 번에 또 다같이 떠날 명분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