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행복
나는 버스로 금방 갈 수 있는 옆 동네에 가는 걸 좋아했다. 휴무 날이면 보통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옆 동네에 가서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고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혼자 계산대 앞에 서서 주문을 하고 있으면 사장님이 말을 거시곤 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지기 일쑤였다. 보통 이야기는 제주로 시작해서 제주로 끝났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낯선 이와 낯설지 않은 양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꼭 같은 생각을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어쩌면 그리 복잡하지만은 않다는 것. 멀지 않은 곳에 우연한 행복이 가득하다는 것.
내게 제주는 우연한 행복으로 가득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곳에서 마음을 채우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었다. 인간관계를 잠시 내려놓고자 제주로 떠나왔으나 결국 행복은 사람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