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활에 익숙해지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매일 아침이 밝으면 화장기 하나 없이 식당으로 나갔다. 빵과 계란을 굽고 전날 밤 손질해둔 야채를 그릇 위에 예쁘게 담았다. 손님들이 모두 나가시면 모든 방의 창문을 열고 창고로 가 청소도구들을 챙겼다. 그 날의 기분에 맞는 노래를 틀어놓고 바닥을 쓸고 침대보를 갈았다. 청소를 하다 허리가 아플 때면 잠시 고개를 들고 가만히 창 밖의 바다를 보았다. 청소가 끝나면 보통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아주 조금 먼 동네로 마실을 나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무료하지 않았다. 어떤 공간과 시간에 익숙해진다는 건 꽤나 즐거웠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버스만 보고 시간을 가늠하게 됐을 때쯤, 제주가 어느새 내게 온전히 스며들고 있음을 느꼈다. 얼굴엔 웃음기가 띠었지만 머지 않아 이 곳을 떠나야한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