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그리고 외식업 자영업자의 공통분모
피고용자로만 11년을 일하다가 작은 규모지만 사람을 고용해 본 고용주가 되어 보니,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관점이 뚜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빠르게 습득하고 금세 성장하는 사람에겐 여러 공통점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하기 싫은 일을 대하는 자세’에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하기 싫은 일은 하찮은 잡일이라 열심히 해봤자 눈에 띄지 않고,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말하죠.
베이커리 업장에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중간중간 정리해 버린다든가 손님이 많을 때 모른 척하지 않고 홀서비스를 함께 돕는다거나 하는 일들이 해당되죠.
회사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귀찮은 잡일 같은 게 있기 마련이죠. 하지 않아도 크게 내 일에 지장이 없어 아무도 자원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 막내가 떠맡게 되는 류의 일 같은 거죠. 이를테면 다 같이 회식할 음식점을 예약하거나 촬영 지원을 나갈 스튜디오에 커피를 사가는 일이나 동료와 외근 나갈 때 미리 택시를 잡아두는 일 같은 겁니다. 이렇게 잡일로 치부되는 일들은 후배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일을 더 잘 되게 만들고 싶으면 누구든 해야만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능동적으로 일해야만 빠르게 일이 돌아가게 되고, 조직 전체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며, 아주 사소한 잡음도 없이 거래처 미팅을 끝내는 데도 도움이 되죠. 게다가 이렇게 하기 싫고 눈에 띄지도 않는 일들은 오히려 일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아주 사소한 디테일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누군가에게 미루지 않고 직접 잡일도 도맡아 해내는 사람은 결국 주체적으로 일할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죠. 모든 일에는 다 ‘필요’가 있거든요. 그걸 모르고 일하는 사람은 늘 수동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자영업을 시작하면서는 온통 하기 싫은 잡일들 투성입니다. 하고 싶은 일보다 때로 하기 싫은 일들이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니까요. 수시로 쓸고 닦고, 쓰레기를 버리고, 온갖 재료와 생필품 재고를 체크하고, 세금 계산을 하고, 심지어 벌레를 잡는 일까지도요.
피고용자인 직원으로 일할 때 ‘누군가 하겠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해버리는 태도를 훈련해두지 않으면, 고용주로 성장하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장이 된다고 하기 싫은 일을 직원에게 미룰 수도 없거니와 모든 일을 다 책임져야만 하니까요.
오늘도 남들은 보지도, 닦지도 않는 구석구석의 먼지를 닦으며 하루를 마감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