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운동한다.
처음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였을때는 휴일은 친구들이랑 노는 날로 자연스럽게 바뀌어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날 이외에는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있으니까. 토요일에 만나 카페를 가 한참을 수다를 떤다거나, 좋아하고 일주일동안 먹고싶은것을 골라 먹었다. 못먹으면 다른날을 골라서 먹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했다. 나는 "몸이" 젊었으니까.
회사에 취직해서 1년 조금 다닐때 즈음부터 몸이 내 몸이 아니게 되었다. 많이 놀고 적게 자도 다음날 몸이 회복되어있었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아침에 겨우 출근만 하는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어떻게 씻었는지, 어떤 크림을 찍어발랐는지, 화장은 더이상 하지 않았다. 츄리닝을 챙겨입고, 점심은 회사에서 가는 고정식당에서 짜고 싱겁고의 이상한 조합의 음식을 주워먹었다. 탕비실에 있는 간식을 하루에 몇번이나 가져다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메리카노 보다 믹스커피를 한움큼 집어넣고 우유를 넣고, 마카롱이나 케이크를 사다가 혼자서 주워먹었다. 일주일 세네번은 닭발에 꽂혀 사다가 집에 돌아와 영화 하나를 틀며 혼자서 그 닭발용 양념으로 구운 날개 네개를 혼자 먹어치웠다. 새벽까지 자지 않고 일어나 구비 해 둔 컵라면을 하나씩 마음 졸여 먹으면서도 이게 일상의 기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그 일상의 기쁨이 매일 이루어지자 그게 당연한 하루라고 생각했던걸 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래도 됐었으니까. 몸이 회복되기도 하고.
이제는 아니게 되어버렸다. 어느 날 배를 보니 남산만큼 부어있었고 여기저기 여드름이 돋아올라와 있었다. 목욕을 하다 엄마한테 등을 밀어달라고 했더니 왜이렇게 많이 살이 쪘냐고 들었다. 팔뚝살이 축 늘어져서는 한움큼 잡히는데 허벅지며 팔뚝이며 아무리 힘을 주어도 근육따위 찾아볼 수 없었다. 아, 위험하구나 생각되었다. 이건 몸이 더이상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구나를 느꼈다. 나는 젊음이 한 서른살까지 쭉 지속될 줄로만 착각하고 있었다. 왜냐면, 테레비전에서 나오는 서른살은 너무나도 젋고 건강했으니까. 하지만 아니였다. 전부 관리를 해서였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나는 그제서야 꺠달았다. 이대로 가면, 병원신세를 지겠구나. 그리 많이 찐것도 아니었다. 끽해봐야 62였다. 그런데, 154라는 키와 다르게 나는 근육이 전혀 없고 살로만 채워져있는것이 문제였다. 옷장을 한번 넌지시 보았더니 어느순간부터 나는 검은 옷만 수두룩 채워넣어져있었고 헐렁한 원피스며 치마며. 그게 나는 편하다고 생각했다. 많이 먹을 수 있었으니까. 살을 빼는것도, 찌는것도 내 마음대로라고 생각했고 여기저기서 핀잔 들을때마다 보란듯이 더 먹어치웠다. 아니였다. 내가 완전히 틀렸다.
몸중에 가장 자신 있던 부분은 상체였다. 하체는 아무리 뺴려고 해도 빼지지도 않았으니까. 중도 다이어트를 몇번이나 포기해서 그런걸까, 상체가 빠지고 하체가 빠지기 시작할때 나는 언제나 운동을 그만두었다. 그래서인지 비이상적으로 허리가 들어가 있었다. 골반도 넓은 편이었다. 살이 아니라. 그런데 넓은 골반에 살까지 채워지니 참, 그게 보기가 그렇더라. 바지를 입으려 해도 맞는 바지가 없어서 옷 탓을 했다. 왜이렇게 작은거냐. 정말 한국은 미의 기준이 너무 심각하다. 사실 맞는 말이였다. 사이즈의 다양성이 이렇게 최악인 곳이니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 몸을 신경쓰지 않고 탓만 하고 있는 내가 순간 초라해보였다. 나는 시도도 제대로 하지않고 남탓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