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얼마 전 적절한 보상을 받고 무언가를 팔아도 뇌에서 아픔을 처리하는 영역이 활발히 활동한다는 연구결과를 통해 '무언가를 버린다' 는 행위에서 버리는 것의 가치 여하에 상관없이 우리는 아프다고 느낀다는 심리학 책 속의 글을 읽었다.
나도 최근에 무언가를 버려야 할 일이 있었는데,
마땅히 버려야 할 것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 자체가 여간 쉽지 않았다.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은 심지어 무언가를 버릴 때 '잘' 버려야 한다는 것을 귀여운 일러스트와 친절한 Q&A들을 통해 알려주는 책이었다.
'쓰레기'라는 말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사전적 의미로도 '도덕적, 사상적으로 타락하거나 부패하여 쓰지 못할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이 있다.
책에서도 저자가 강의를 시작할 때 본인을 소개하면서 "안녕하세요. 쓰레기 강사입니다." 라는 말을 하면 사람들이 웃는다는 책 속의 글이 가장 인상깊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의미보다도 사실 쓰레기의 더 큰 정의는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이다.
내게 '못 쓰게 되었다'라는 말은, 무언가를 못 쓰게 되기 전까지 너무 필요한 것이어서 편하게 잘 사용했었다는 과거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람들은 못 쓰게 되어 이제는 필요없어진 무언가를 버릴 때, 버리고 나면 그것이 당장 내 눈앞에서는 사라지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아무렇게 버린 것들이 돌고 돌아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물려줄 내가 살아가야 할 지구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다시 좋지 않은 무언가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더 이상 필요없어진 것들이어도 이제 다시는 보지 않을 것들이라도 우리는 그것을 버릴 때 조금은 꽤나 신경써서 '잘'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우리가 버린 것들과 더 나아진 다른 모습으로 어딘가에서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또 우리는 자신에게 더 이상 필요없어진 무언가를 버리려 할 때 그것의 부정적인 지금 현재의 모습만을 보게 되지만, 한번 쯤 그것을 너무 잘 사용했던 나의 과거와, 내게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 돌아올 내가 버린 것의 미래도 보아야 한다.
그랬을 때 지금 당장은 그것을 버리는 과정이 귀찮고 복잡하고 조금은 힘들더라도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잘' 버릴 수 있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