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ir Park 박민경 Aug 19. 2017

미국 집밥vs.한국 집밥, 한국집밥의 가장 놀라운 점

집밥과 테이블 매너

**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보낸 기간 2년. 길지 않은 시간일 수 있지만 운 좋게도 많은 로컬 친구들을 사귀고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면서 일주일에도 여러 차례 거의 고정적으로 미국 친구들의 집에서 '집밥'을 함께 했다. (물론 외국에서 홈스테이를 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삼시 세 끼를 함께 했겠지만 횟수보다는 다양한 가정과 다양한 연령대의 로컬 분들과 함께 집밥을 나눈 경험을 토대로 했다)  한국 가정도 그러하듯 모든 가정이 서로 다른 문화와 식습관을 갖지만 그중 공통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에 대해서 적었다. **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홈 파티. 새해 카운트다운을 함께 한다. Crab Feast 게 파티!!


- 한국: 8명의 손님을 6시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치자. 정각 6시에 한 테이블에 4명을 기준으로 모든 음식을 두 벌씩 완벽히 세팅한다. 손님들은 도착과 동시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푸짐하게 차려진 상에 가서 앉고, 그러면 안주인은 부족하면 더 드시라는 당부와 함께 밥과 국을 한 그릇 가득 담아내는데, 손님은 맛있다는 찬사와 함께 배가 터질 것 같아도 한 그릇 더 먹어야 손님과 집주인 모두 기분 좋게 식사가 끝난다. 중간중간 추가 주문되는 국과 밥을 뜨고, 빈 반찬접시를 채우느라 집주인은 엉덩이 붙이고 함께 식사할 틈이 없다.


- 미국: 손님이 도착하면 준비해 둔 가벼운 애피타이저를 호스트도 함께 앉아먹는다. 애피타이저로는 와인이나 음료, 비스킷, 치즈, 햄, 올리브, 견과류 등이 준비된다. 식사 전에는 "입맛 버린다."며 다른 음식에 손을 못 대게 하는 우리와 순서가 달리 애피타이저 개념이 있다(손님을 초대한 경우 그렇지만 보통 식사 때는 건너뛰기도 한다). 평소 아이들에게 밥 먹기 전 간식은 절대 금지였기 때문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정말 비스킷을 먹어도 되냐며 속닥속닥 물었다.

식전에 대화를 나누며 간단히 먹는 애피타이저

애피타이저를 먹으며 호스트도 함께 담소를 나누는 동안 조리가 끝났다는 오븐의 알람이 울리고 (대부분 음식을 오븐으로 조리) 메인 요리가 완성되면 다이닝룸으로 이동한다.

메인 요리가 나오면 그때부터 식사가 시작되고 식사 후에는 커피나 티와 함께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의 달콤한 디저트가 내어진다 (사람이 여럿일 경우 뷔페처럼 음식을 주방에 쭉 차려두고 각자 가져다 먹기도 한다)


우리는 음식을 차려낼 때 간이 이미 맞춰진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소금과 후추를 별도로 달라고 하면 입맛에 맞지 않는가 보다며 호스트가 당황해할 수 있다. 간이 내 입맛과 좀 다르더라도 다른 반찬으로 간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이 싱거우면 김치와 같이 먹고, 고기가 짜면 밥이나 싱거운 반찬과 함께 먹는다. 미국에서는 소금, 후추, 소스 등을 테이블에 올려 두고 기호에 맞춰 각자 간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


음식은 큰 그릇에 한꺼번에 담아둔다. 개인 접시에 음식을 덜고 옆사람에게 건네면 각자 원하는 만큼 덜어 담고, 더 먹고 싶은 경우 음식 그릇에 가까이 앉은 사람에게 그릇을 건네 달라고 부탁한다.


두루마리 휴지는 오직 화장실에서만 사용하므로 절대 식탁 위에 올려서는 안 되고(많은 미국인들이 일부 한국의 식당에서 두루마리 휴지로 입을 닦는 것을 보고 문화 충격을 받는다. 외국인이 요강에 빵을 담아 먹는 것을 보는 기분이랄까)

크리넥스 티슈도 주로 코를 풀거나 얼굴을 닦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식탁에서는 반드시 냅킨을 사용한다.


우리는 음식이 담긴 그릇의 바닥이 드러나기 전에 더 채워담고 혹시나 음식의 양이 부족하면 초대한 손님에게 상당히 죄송한 상황이 된다.

미국에서는 음식의 종류나 양이 넘쳐나지 않는다. 처음에 음식을 통째로 담아부족하더라도 더 채워 넣거나 다른 음식을 더 내어오지 않는다. 고기나 생선 등의 메인 요리, 샐러드류, 익힌 야채류, 탄수화물류(파스타나 빵, 감자 등)이 각각 한 가지씩 차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에서는 음식을 권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더 먹고 싶니, 그릇 건네 줄까?" 묻기는 하지만 "더 먹어라"는 없고, 예의상 음식을 더 먹는다 지 않는다.


큰 파티뿐 아니라 여럿이 모이는 홈파티에서도 일회용 그릇, 접시, 컵, 포크, 나이프를 사용하는 일이 흔하다. 대형 쓰레기통에 일회용품들을 마구마구 버리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작은 재활용 쓰레기 하나하나 철저하게 분리수거하는 것이 허무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음식이 담긴 큰 접시를 돌려가며 각자 원하는 만큼의 음식을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다.
홈메이드 파이에 생크림을 곁들인 식후 디저트

한 미국 친구가 말하기를, 한국 식탁의 가장 놀라운 점은 음식의 종류가 매우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차려진 음식들이 모두 각각의 온도에 맞게 나온다는 점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국, 찌개, 불고기, 전, 생선구이가 모두 뜨겁거나 따뜻한 상태로 동시에 차려지는 한국음식이 얼마나 큰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와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 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2쇄 인쇄. 브런치 글 100만 뷰.

페이스북 팔로워 1400명(www.facebook.com/MKLivingUSA)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 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 소개| 경단녀 OO엄마, '나의 이름'을 되찾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