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kuto mixpap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TOSTEP Apr 24. 2023

두바이 이야기.
럭셔리 파인다이닝 COYA.

travel#1

[2022년 리뉴얼 전의 코야전경]

값 비싼 웰컴드링크부터 한 잔 하고 시작하는 두바이 럭셔리 파인다이닝 코야. 보통은 웰컴드링크는 그냥 주기 마련인데 이 웰컴드링크가 한화로 3~4만 원 정도이다. 이 정도로 코야는 두바이에 있는 매우 고급진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중 하나이다. 


사실 두바이에는 노부, 누스렛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은 물론이거니와 수많은 특급호텔의 레스토랑이 많다. 걸어가다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고급레스토랑 중 하나일 정도로 하이엔드 식문화가 보급된 곳이 두바이 일 것이다. 아! 물론 두바이는 걸어 다닐 수는 없다. 덥다. 


이토록 많은 레스토랑 중에서도 난 단연코 2022년까지는 코야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바로 국뽕이다. 2022년까지 코야의 헤드쉐프는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그 한국인은 우리 쿠토펨의 막내동생 OO정이다. (*23년 현재 OO정 쉐프는 아부다비의 Bate라는 코리안&재패니즈 파인다이닝으로 이적하였다. Bate는 아부다비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신흥 파인다이닝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추후에 소개하겠다.) 사실 실력이 없는 데 국뽕이라고 무조건 추앙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코야에서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느낄 수 있는 입안의 호사를 다 누릴 수 있다.

시작은 세비체 전채라고 해야 할까? 중남미식 세비체를 베이스로 한 스타터였다. 아직도 외국에서 날생선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거라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남미의 경우 우리의 물회 같은 세비체가 매우 보편적인 음식이다. 코야에서는 정통 중남미식 세비체에 한국적 색채가 가미된 새로운 코야스타일만의 세비체를 즐길 수 있다. OO정이 있었을 때는 말이다. 좌측 상단의 튀김은 우리의 누룽지 같은 느낌이다. 헤드쉐프의 말을 빌리면 우리의 누룽지같이 바삭하고 담백한 음식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의 누룽지에서 영감을 받은 전채이다. 

 전채 이후의 첫 번째 음식부터 역시 한국의 정서가 보인다. 글쎄 뭐랄까 한국식 호떡의 쫄깃한 식감 안에 다양한 재료를 넣었다. OO정이 쉐프의 생각을 전해주었지만, 난 이것을 한국식 타코로 정의하고 싶다. 멕시칸 또띠야를 사용지 않고 한국식 떡에 가까운 질감을 사용하였다. 당연히 한국사람인 나의 입맛에는 찰떡같이 들어맞는 음식이었고, 코야에 방문하는 수많은 국적의 심지어 매우 부유한 사람들 입맛도 사로잡은 음식이다. "OO정, 그냥 코리안타코라 하자. 난 그러고 싶어~"   


 어느 정도 입맛을 끌어 올린 후에 메인들이 등장하였다. 소, 닭, 생선. 어느 레스토랑에서나 주전으로 뛰고 있는 친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한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국영수 위주로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것처럼 소, 닭, 생선을 열심히 잘해야 좋은 레스토랑이 될 수 있다. 코야는 기본이 잘 되어있다. 때문에 그 누구도 기본에 대해서 이견을 달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본 위에 한국적 색채를 얹었다. 보일 듯 말 듯하게 말이다. 


 배가 너무 부르다. 사실 난 입이 짧다. 한국식 타코에서 이미 풀캐파였고, 더 이상 위장시스템이 가동하는 것이 힘든 상태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까운 사실 디저트는 아니지만 마무리를 지어주는 음식은 한 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찹쌀도너츠인가....]

 찹쌀도너츠? 추러스?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트릿푸드에 가까운 음식을 파인다이닝으로 끌어올렸다. 스트릿푸드에서 느낄 수 있는 캐주얼함에 럭셔리를 얹어서 마무리에 가까워 짐을 알 수 있었다. 난 사실 이 음식이 OO정의 시그니처가 아닐까 생각한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음식이다. 너무 구태의연하지만 말로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다. 뭔가 찹쌀의 쫄깃함에 치즈의 풍미와 OO정의 소스가 더해져서 매우 조화로운 맛을 구현하였다. 안타깝게도 이제 코야를 떠나 버린 OO정 때문에 '나만의 이 시그니처'는 더 이상 먹을 수 없지만, Bate에서도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OO정만의 시그니처가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제 작년과 같은 코야는 더 이상 없다. 코야는 23년 전체적으로 리노베이션 하였고, 난 OO정이 이적한 이후로 코야를 가지 않는다. 음식 맛이야 어디 가겠냐만은, 코야에서 볼 수 있었던 미술작품들이 많이 없어졌다고 들어서 그 부분이 더 발길을 이끌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OO정도 이제는 없고, 그림들도 많이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야는 두바이에서 이름값 좀 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임은 분명하다. 이제는 정확히 어떤 컨셉인지 모르겠지만, 잠시나마 성공한 느낌으로 취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맑은 정신에 그런 느낌이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밥은 사이다가 생각나야 한다. 이왕이면 칠성사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