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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TOSTEP May 21. 2024

장사일기 ep.8  렌트프리(첫 주)
_주방기초

물이 샌다

[물은 결국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바닥 철거의 여파가 남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후유증이 크다.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대비가 되고 안 되고의 차이는 엄청나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어느 정도 경중을 파악할 수 있으면 나름의 대비도 할 것이며, 대비의 양에 따라 데미지도 덜 할 것이다. 바닥 철거의 일은 전혀 대비를 안 한 상태에서 일어나 일이고, 내 몸상태 또한 그것을 대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연차를 내고 싶었지만, 개인 사업자에게 연차가 어디 있겠으며 공기가 하루 깨질수록 세는 돈은 또 만만치 않다. 팔다리를 질질 끌며 나갈 수밖에..


 우여곡절 끝에 바닥을 철거하고 주방의 기초 공사를 시작했다. 주방 기초공사는 수도, 하수관 매립, 몰탈, 방수, 타일작업 등 상당히 전문가의 손이 들어간다. 셀프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때문에 나 역시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방의 배치 정도이다. 이 역시 셀프수기도면!


[주방 배치 도면]

 대략 주방을 짜보니 위와 같은 구조이다. 도면 상으로는 상당히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매우 좁다. 키가 큰 나로서는 상당히 좁다고 느껴지지만 어쩔 수가 없다. 주방을 늘리게 되면 테이블 수에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되면 결국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 이 부분은 감당해야 한다. 도면을 기반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이다. 공사하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리는 소리. 길거리에서도 들리고 아파트 인테리어 작업 시에도 들리는 공구리까는 '우두두두두두두~~'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바닥 시멘트를 신속하게 파내는 것 같으나 막상 소리만 크고 작업속도는 더디다. 그리고 엄청난 먼지가 휘날린다. 여하튼 주방 쪽 바닥을 드러내고 단을 높이고 하수관 작업을 했다.

[주방 하수관 매립.김태희님 사진은 전 사용자의 디스플레이]

하수관 매립전이고 무사히 하수관까지 매립을 했다. 매립이 다 되고 평탄화 완료된 사진이 없다. 왜냐면 이때부터 또 문제가 시작했기 때문이다. 평탄화 작업까지 다 끝낸 순간 지하 1층(지하 1층에는 현재 헬스클럽이 입주 중에 있음)에서 연락이 왔다. '

"사장님 저희 정수기 쪽 천장에서 물이 새요..."

매우 공손하게 오히려 더 미안해하시면서 얘기해 주셨다. 아마도 내가 헬스클럽 회원이다 보니 더 조심스럽게 얘기해 주신 것 같다. 감사했다. 작업자 분과 먼저 대화를 했다. 시멘트 물이 샌다면 우리의 문제일 수 있고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단 맑은 물이 샌다면 그것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평탄화하면서 물이 스며들며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건물노후화에 따른 누수이고 금방 없어질 문제라고 하셨다. 다행히 후자였다. 내가 임차한 매장이 있는 건물도 어느 정도 연식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노후화된 건물은 아니다. 빌딩관리회사에서 잘 케어해주고 있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누수는 발생하고야 만다. 아마도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공사를 위한 충격이 가해지다 보니 미세한 균열들이 조금씩 더 커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름 잘 관리되고 있는 빌딩도 이 정도인데 더 작은 꼬마빌딩등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차료가 약간 높더라도 관리비가 약간 높더라도 안정성을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특히 신규사업자라면 더더욱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너무 미세한 공사과정 속에서의 해프닝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쪼랩인가.....ㅜㅜ

 누수는 해결되었고, 주방은 평탄화되었다. 앞으로의 공사일정도 평탄화여야 할 텐데.


ep.8 -끝-

* 매일은 아니겠지만, 장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날부터의 창업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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