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코를 벌름 거리며 사방을 살핀다. 귀를 쫑긋 세우고 수염을 앞으로 내민다. 어떤 사물도 움직이지 않은체 그대로인 집에서 세계가 바뀐 듯이 새롭게 본다. 바닥에서 발이 떨어지고 내 품에 안기면 언제나 처음본 세상인 듯이 살핀다. 무엇을 보는 걸까. 가끔 바닥에서 뒹구는 오월이를 따라 누워본다. 그럴 때마다 나를 씻겨주는 너를 보며 내 세상에 너 하나가 더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일어난다.
영특하다고 해야 할까. 내가 하지 말란 짓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그 일을 해내고야 만다. 요물. 자기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하지 말란 짓을 해서 관심을 끈다. 오월이가 티브이 뒤 셋톱박스 위에 올라가면 와이파이선이 눌리면서 인터넷이 끊기는데, 내가 일에 집중해 있을 때면 그 위에 올라가 조용히 자신을 찾아오길 기다린다. 10초 정도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주인이 득달같이 달려올 것을 기대하면서.
전자레인지 위에 올라가기도 관심 끌기에 특효다. 나는 냉장고 위에 전자레인지를 올려놨는데, 오월인 그 위에 올라가고 싶어 한다. 부엌에서 내가 다른 일에 몰두해 있으면 그 위에서 나를 내려다본다. 먼저 싱크대 위로 껑충 올라 냉장고 옆까지 걸어가 또다시 점프한다. 전자레인지와 냉장고는 단차가 있어 그 위를 밟고 한번 기어 올라가면 정상이다.
오월이를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전자레인지 위의 먼지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높은 곳인 만큼 청소 때마다 닦는걸 게을리하는데, 그 위를 배로 문대버리니 오월이가 얼마나 더러워질까 하는 마음이 크다. 밑에서 이눔이눔 하면서 혼내도 내려올 생각이 없다.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주인의 손을 얼마나 잘 쳐내는지 때리는 소리가 '퍽, 퍽' 하면서 날 지경이다. 지금은 너는 그러거라 하고 지켜보니 흥미가 떨어졌는지 자신을 쫓아오는 집사의 반응이 싱거워져 잘 올라가지 않는다.
가장 걱정스러운 곳은 현관에 세워놓은 킥보드 위다. 전기 킥보드를 반으로 접어놓고 구석에 끼워놨다. 현관 옆에 탁상을 밟고 신발장 위를 올라가서 전기 킥보드 위에 슬금슬금 올라간 뒤 현관문에 붙여둔 뽁뽁이를 긁어댄다. 킥보드에 따로 고정장치가 없어 혹여나 무게중심이 무너지면서 그대로 쓰러질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크다.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말 안 듣는 고양이는 자꾸만 그 위를 모험하듯 올라간다.
오월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기다란 끈 종류의 낚싯대 장난감이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카샤 카샤라는 장난감이다. 복실 한 실로 몸통이 만들어져 있고 파란색과 빨간색의 셀로판지 날개가 붙어 있어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팔랑팔랑 소리가 난다. 그리 먼 가동 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이리저리 움직여주면 점프와 사냥하기에 혼이 빠진다.
호일을 구겨 만들어준 공도 좋아한다. 한 번은 요리를 마치고 호일이 남아 구겨서 줬더니 호일공이 땅에 부딪히면서 타다닥하고 굴러가는 것을 기가 막히게 쫓아다녔다. 부작용은 이걸 온 집안에서 굴리고 다니다가 결국에는 냉장고 밑에 넣어버리던데. 혼자 빼낼 수 없이 깊게 들어가면 그걸 또 꺼내 달라고 꺅꺅거리면서 운다. 그럼 나는 긴 막대를 찾아 냉장고 밑을 쑤셔서 빼낼 수밖에 없다.
캣타워도 조공품 중 유용하게 쓰이는 제품이다. 창문 옆에 설치해 놨는데, 캣타워를 밟고 올라가 창틀에 앉을 수 있다. 창틀에 앉아선 새를 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한다. 날이 좋을 땐 햇볕을 쬐고 비가 올 땐 비 구경을 한다. 가끔 내가 밖에서부터 집으로 오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밖에서 "오월아" 하고 부르면 벌떡 일어나 나를 바라보다가 현관 앞에 앉아있는다. 오월이는 내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현관문 앞에 앉아있다.
이런 것이 사랑일까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든다.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싶고, 만지고 싶다. 내가 주는 세상이 부족하진 않은지 걱정돼 가끔은 울고 싶다. 말을 듣지 않는 모습에 가끔 화도 나고 이해못할 행동에 심통도 나지만. 아아 이런 게 사랑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