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겼어요
고양이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개인적이고 주인을 크게 따르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오월이는 고양이의 대표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손"이라고 외치면 손을 주는 모습이나 이름을 부르면 내게 달려오는 모습을 봤을 때 '인간을 따르는 편' 정도라고 생각한다.
오월이는 집사가 외출후 집에 들어왔을 때나 본인의 기분이 내킬때 먼저 다가와 다리사이를 훑고 지나가면서 애교를 피운다. 앉아있으면 집사가 다가가 엉덩이를 쓰다듬어주는데, 골골송을 우렁차게 부르며 눈을 게스름하게 뜨기도 한다. 그러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을 때 사람의 손길은 가차없이 거절한다. 기분을 파악하지 못하고 다가가 쓰다듬으려고 손을 내밀면 무시무시한 솜방망이가 '탁'하고 쳐내버리기 일수다.
그런 오월이가 강아지처럼 변했다. 안락의자에 앉아 쉬고 있으면 먼저 달려와 무릎에 앉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모른다. 내가 안으면 10초만에 도망가버리는 녀석이었는데, 무릎에 앉아 잠을 자기도 한다.
오월이를 강아지처럼 변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진짜 강아지'였다. 오월이 동생격인 '준'이가 우리집으로 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준이는 말티즈와 푸들이 섞인 '말티푸'라는 종이다. 3개월이 막 넘어가는 새끼때 우리집에 오게됐다. 준이는 사람의 손길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만져지길 거부하는 곳이 없다. '엄마껌딱지'라는 별명이 붙을만큼 사람과 꼭 살을 맞닿아있길 원하는 모습이다. 가끔 자신을 내버려두고 일에 몰입할때면 의자밑으로 다가와 발에 턱을 괴고 잠을 자버리기도 한다
오월이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준이의 '질투'때문이다. 준이는 나에대한 독점력이 강한편이다. 새끼때 데려온 탓에 나를 엄마라고 생각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껌딱지 처럼 달라붙어 있다가 오월이가 내 곁에 오기라도 하면 다가오지 못하게 오월이를 쫓아버린다.
짖거나 무는 것은 아니고 나와 오월이 사이에 자기가 쏙 하고 들어서서 틈을 안주는 형태다. 외동으로 자라며 사랑을 듬뿍 받았던 오월이로선 황당하기도 했을 터다. 오월이와 나의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자 오월이는 적극적으로 애교를 피우는 횟수가 늘어났다. 일을 하려고 책상에 앉아있으면 방해꾼인 준이를 피해 책상으로 훌쩍 뛰어올라와 머리를 쓰다듬으라며 들이밀었다. 안락의자에 앉아있으면 의자위로 뛰어올라와 내 무릎에 앉아 잠을 자기도 했다. 준이를 빠르게 따돌리며 내곁에 맴돌기도 했다. 나는 오월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해 정성껏 쓰다듬어 준다.
또 다른 변화는 '활동성'이다. 오월이는 고양이답게 하루의 대부분을 잠을 자며 보낸다. 새끼때는 모든것들에 흥미를 보이다가 까무룩 잠이 들곤했다. 세살 아가씨가 된 오월이는 이젠 웬만한 것에 놀라지 않는다. 창밖을 보다가 잠을 자고 캣휠을 돌리다가 캣타워에 올라가 잠을 잔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거실 보조쇼파 위다. 한낮이 되면 거실 쇼파 위로 일광욕에 나서는데, 거의 오후 내내 이 위를 떠나지 않았다. 하루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때는 장난감 낚시대로 잡기놀이를 하는 때다. 하지만 이리저리 뛰어놀다가도 쉽게 잡혀줄것 같지 않으면 금새 뱃살을 드러내며 자리에 드러누워버린다.
오월이의 다이어트를 성공시킨 것이 준이다. 준이는 오월이를 늘 따라다니며 귀찮게 군다. 이렇다보니 준이가 귀찮은 오월이는 준이를 피하기 위해 땅을 밟을 땐 뛰어다니거나 높은 곳으로 점프를 해 움직인다. 심심할땐 준이와 잡기놀이를 하며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오월이도 네발로 걷고 몸으로 놀 수 있는 존재의 등장이 내심 반가운 눈치다. 집사가 채워주지 못한 즐거움을 동생이 채워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