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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 May 11. 2019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를 읽고

"블렌디드 스카치 중에 향이 제일 좋은 게 뭔가요?"하고 물을 수 있게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다.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에선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한 주류를 다룬다. 어떤 소설에서 무슨 술을 마셨고 그것이 어떤 분위기를 내는지 상세히 설명해 준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허무함을 나타내기 위해 맥주를 마셨다던가, 격식과 품위를 나타내기 위해 와인이 등장했다던가 하는 식의 설명도 함께 나온다.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 책에서 나열해 놓은 소설 속 이야기를 잘 모른다. 그럼에도 책을 읽다 보면 하루키와 즐겼던 맥주와 와인, 위스키 등에 호기심이 생긴다. 취향이 확고한 사람을 보면 어쩐지 궁금하다.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빠지게 했는지 나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생긴다.


우선 하루키의 소설에서 주인공이 맥주를 마실 때 나왔다는 펑크 그룹 슬라이&더 패밀리 스톤과 포크록 그룹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영의 노래부터 들어봤다. 어쩐지 친구와 함께 술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BGM으로 나왔으면 좋을 법한 노래들이었다.


나는 가수의 이름이나 노래 제목에 약해서 우리 집 클로버에게 선곡을 통째로 맡기는데, (지금도 그렇다. 클로버 피아노 연주곡 틀어줘) 이렇게 내가 알지 못하는 가수를 알려주면 어쩐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괜스레 기쁘다. 선물이 모두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씩은 들어보게 된다.


와인에 대해선 문외한인데, 차가운 '샤블리'와 '피노 누아'에 대해선 조금 궁금해졌다. 책에는 하루키가 즐기는 독특한 와인 음용법이 적혀 있는데 와인에 청량감 있는 탄산수를 타서 칵테일로 마신다고 한다. 이 방법은 나도 꽤나 자주 쓰는 방법이다. 와인의 텁텁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가볍고 달달한 와인에 토닉워터를 조금 섞어 마신다. 꽤나 맛있는 칵테일이 되는데 어쩐지 '너도 아는구나?' 하며 동질감이 느껴졌다.


위스키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술이다. 나는 독한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중국의 고량주는 향긋한 향 때문에 가끔 마시지만 위스키는 도무지 참을 수 있는 향이 아니다. 저렴한 위스키와 고가의 위스키 사이의 차이점도 알지 못한다.


다만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싱글몰트 위스키와 블렌디드 스카치에 대해 알게 돼 조금은 뿌듯(?)하다. 두 가지 종류의 차이점은 위스키의 배합 여부다. 싱글몰트는 딱 한 곳의 증류소에서 생산한 것을 말한다. 단일 증류소에서 몰트로 위스키를 제조한 뒤 숙성시켜 출시하면 그것이 싱글 몰트란다. 반면 블렌디드 스카치는 여러 증류소의 위스키를 섞은 것을 말한다.


"싱글 몰트는 땅이 키우고 블렌디드는 인간이 만든다"며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어 낸 인간의 창조적 능력에 대해 찬사의 표현이 적혀있는 만큼 다음번에 위스키를 마시게 된다면 도전해볼 용기가 생겼다. 이제는 "뭐가 제일 잘 나가나요"하고 묻지 않고 "블렌디드 스카치 중에 가장 향이 좋은 게 뭔가요" 하고 물을 수 있게 됐다.


책을 읽다 보니 궁금해졌다. 주당들은 어떻게 숙취를 해결하는 걸까. 주당은 숙취가 없나? 나는 당장 어제 새벽까지만 해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혼줄이 났는데, 책을 읽으니 다시 친구와 맥주를 마시고 싶다. 술이란 뭘까. 그런 면에서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는 꽤나 잘 쓴 책이다. 하루키를 좋아한다면 그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고 좋아하지 않더라도 술에 대한 역사와 얽힌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술에 대한 분위기를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조금 문제가 있다면 술이 당긴다는 거? 간에는 좋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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