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hyeonju Oct 18. 2016

가을은 바닐라-라떼

그리움 한 잔, 따뜻한 걸로 주세요 



  햇살이 따뜻하다. 볕이 참 좋다. 

  그리움을 널어놓기에 참 좋은 날이다. 






  눈이 나빴다. 

  앞에 놓인 책에 있는 글씨는 읽어도, 길 건너 간판에 있는 글씨는 뿌옇게 보였다.

  커피를 좋아했다. 

  우리는 매일같이 카페에 갔다. 대부분은 따뜻한 바닐라라떼를 골랐다.

  


  그는 항상 보드에 적혀있는 목록을 읽어주었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모든 커피의 이름을 다 읊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곤 했다.  

  결국은 바닐라라떼를 고를 것이래도 

  

  그저,

  그 순간이 그의 습관이 되도록 내버려두고 싶었다. 

   



  커피 잔의 얼음이 오래도록 녹아내리지 않는 계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따뜻한 바닐라라떼를 찾는다.


  귓가에 나지막이 메뉴판을 읽어 주던 따뜻한 목소리는 더는 없지만

  이토록 따뜻한 햇살을 닮아있는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데울 수 있으니 


  그것 만으로, 가을은

  참- 좋은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씨만 꺼지지 않는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