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hyeonju Dec 28. 2020

상냥한 남편이 자상한 아빠가 된다

혼자가 둘이 되고 셋이 될 수 있었던 까닭

그는 항상 나만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 세상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좋은 것들을 해주겠다고 다짐한다. 우리에게 일어난 많은 좋은 일들, 그 중에 하나는 우리 아가를 만나게 된 일이다. 



나는 혼자가 익숙한 사람이었다.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일들도 대부분 혼자서 했고, 그게 좋거나 나쁘거나의 종류가 아닌 그저 '일상'이었다. 굳이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고 굳이 나서서 사람들을 만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친한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을 때도 그저 축하해주고 응원하는 마음을 전했을 뿐, 나의 삶은 철저히 1인칭에서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 내가 어쩌다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상냥한 사람이다. 우리의 사랑에 이유를 붙이기 어렵지만 굳이 꼽는다면 내가 지금의 남편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것도, 결혼을 생각하고 우리의 아이를 품기로 마음 먹게 된 것도 전부 남편이 상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오롯이 받아들여 주는 사람. 누구에게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기 마련인데, 그저 낮이 저물면 밤이 오고 밤이 지나면 아침이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모습이 인간적이면서도 초연하게 느껴져 때로는 탈인간계에서 온 사람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가 매일 내게 주는 사랑은 마치 4월 어느 오후의 햇볕과도 같아서 적당히 따뜻하게 몸과 마음을 데워준다. 창 너머로 들어오는 빛에 기대어 편안함을 느낀다. 뭔가 극단적인 데가 있었던 나의 구석진 마음도, 그를 만나 알고 닮게 되고 싶어지면서 출렁이는 날들이 줄어들었다. 당장 내일 결혼을 한다해도 누구 하나 놀라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란 것에 발목 잡혀서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내가 이 사람이라면 당장 결혼해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까닭은, 그가 상냥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편안함은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불편할 수 없는 거라고. 



첫 눈이 내렸다.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날리는 눈발은 도무지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같이 볼 수 없으니까 같이 들으려고. 언제고 함께하면 결코 춥지 않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중요하다. 아가가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사람들을, 살면서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를 포함해서. 상냥한 남편은 곧 자상한 아빠가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