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예술명상을 지도하신 교수님께서 연극연출이 전공이라 어찌하다 보니 ‘셰익스피어 낭독모임’에 가입 됐고 12월 낭독극을 출연하게 됐습니다. 여러 차례 이 배역, 저 배역 돌아가며 읽다 보니 감정을 실어 목소리를 내질러야 할 상황이 옵니다. 단어의 뜻을 생각하고 감정의 몰입을 하다 보면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방백 하듯 모기만 한 소리로 속삭이기도 합니다.
멕베스는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사로잡혀 자신을 신임하던 왕을 죽이고, 오랜 친구와 가족들도 몰살하며 서서히 미쳐가는 캐릭터인데요. 그 멕베스가 되어 낭독을 하다 보니 제 딴엔 격앙된 감정을 표현하며 읽었지만 전문가 눈에는 보이는 가 봅니다.
“0선생님,꽁무니 빼지 마세요. 배역 안으로 들어가세요. 겁쟁이처럼 도망치지 마시고요!!”
비단 낭독극만이 아니라 겁쟁이처럼 혼나기는 싫고 하고는 싶고, 몰입하기엔 내가 너무 살아있고 안 하자니 재능은 있는 그 어정쩡함을
다 지적받는 것 같은 한마디!
‘꽁무니 빼지 마세요’
주얼리 샵 매니저도 아닌,
완벽한 며느리도 아닌,
훌륭한 엄마도 아닌,
엄청난 수행자도 아닌,
그 어정쩡한 언저리에서 늘 겁쟁이처럼 꽁무니를 빼고 서있었던 것은 아닌가!
덥석 제가 기꺼이 하겠습니다란 마음가짐으로 다시 일상을 정비합니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으나 사소한 행위 속에서 모든 것이 들키는 것은 어디나 같습니다.
인생은 적당히를 허용하지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