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선우 Dec 19. 2024

꽁무니를 빼지 마세요

일상

예술명상을 지도하신 교수님께서 연극연출이 전공이라 어찌하다 보니 ‘셰익스피어 낭독모임’에 가입 됐고 12월 낭독극을 출연하게 됐습니다. 여러 차례 이 배역, 저 배역 돌아가며 읽다 보니 감정을 실어 목소리를 내질러야 할 상황이 옵니다. 단어의 뜻을 생각하고 감정의 몰입을 하다 보면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방백 하듯 모기만 한 소리로 속삭이기도 합니다.

멕베스는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사로잡혀 자신을 신임하던 왕을 죽이고, 오랜 친구와 가족들도 몰살하며 서서히 미쳐가는 캐릭터인데요. 그 멕베스가 되어 낭독을 하다 보니 제 딴엔 격앙된 감정을 표현하며 읽었지만 전문가 눈에는 보이는 가 봅니다.

“0선생님,꽁무니 빼지 마세요. 배역 안으로 들어가세요. 겁쟁이처럼 도망치지 마시고요!!”

비단 낭독극만이 아니라 겁쟁이처럼 혼나기는 싫고 하고는 싶고, 몰입하기엔 내가 너무 살아있고 안 하자니 재능은 있는 그 어정쩡함을

다 지적받는 것 같은 한마디!

‘꽁무니 빼지 마세요’

주얼리 샵 매니저도 아닌,

완벽한 며느리도 아닌,

훌륭한 엄마도 아닌,

엄청난 수행자도 아닌,

그 어정쩡한 언저리에서 늘 겁쟁이처럼 꽁무니를 빼고 서있었던 것은 아닌가!

덥석 제가 기꺼이 하겠습니다란 마음가짐으로 다시 일상을 정비합니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으나 사소한 행위 속에서 모든 것이 들키는 것은 어디나 같습니다.

인생은 적당히를 허용하지 않는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