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지기도 하고 쳐박혀 있기도 하고
무거워진 보따리가 깊은 바다로 나를 묵묵히 가라앉히기도 했다.
쓰레기 통에 빠진 나라고 최초의 시를 썼을 때를 생각해보면
꽤 살만하다.
가방을 들여다보는 것은 잠깐만 하고
보따리 장사꾼이 되어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만나는 순간 설렌다.
그 이야기들은 미래를 만난 모노리스*처럼 오랜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 때 가방 속 내 돌덩이들을 헤아린다.
돌덩이들은 암세포가 되지 않고 사방치기를 그리는 분필이 된다.
가방에 새롭게 나를 주저앉힐 돌덩이는 더 넣고 싶지 않아 불안하다.
여전히 나를 주저앉히는 돌덩이는 다시 나를 찾아오지 못하게 험하고 검은 산에 가서 영원히 던져 버리고 싶다.
대신 이 체제를 전환할 비법을 알려주는 모노리스를 보고 싶다.
*모노리스 :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미래에서 온 것 같은 잘 다듬어진 비석
*천서봉 시인의 <서봉氏의 가방>을 읽고 썼습니다.
*베로 : 베로는 저의 별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