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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 베로 Apr 06. 2024

330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행진 참여 후기

지난 3월 30일 토요일 춘천을 출발해 충남 태안에 다녀왔다. 나의 외가, 친가는 강원월을 기반으로 한 대가족이다. 외할아버지부터 여덟 의 친인척이 영월 화력발전소 노동자였다. 화력발전소가 영월 산골 지역민들의 밥줄이 되었다. 그 다음 세대에서 법조계, 방송 피디, 영화감독도 나오고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나도 나왔다.

아버지는 30여 한전 밥을 먹고 퇴직하셨다.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원자력 발전소는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여러모로 아버지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버지를 챙겨드리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고 되뇌며 지낸다.

내년이면 기후위기 대응으로 태안화력발전소가 문을 닫는다. 개인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석탄 에너지 시스템을 공공재생에너지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다음 다섯 번째로 세계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많은 나라이다. 원자력 발전은 자연에 없던 방사능 폐기물을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재생에너지는 전지구적으로 이미 많은 발전을 이뤘고 일부 국가(미국 일부, 호주, 독일 등)는 2021년 이전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졌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사회 시스템 전환이라는 숙제를 미루거나 민간에게 넘기고 있다. 에너지 시스템이 민영화되면 에너지 시스템을 갖고 있는 기업, 자본가들은 더 큰 이익을 추구하고 에너지 시스템 주도권을 정부도 국민도 가질 수 없다. 에너지는 상품으로 교환되기 이전에 물, 공기, 햇빛처럼 공공재로 관리, 운영되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국 템즈강의 똥물처럼 열악한 상황을 수시로 맞딱드릴 수 있다. 국가는 주권을 갖고 있는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작동해야한다.


내년에 태안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는다. 일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곳 화력발전소에서 일해온 이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외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정의로운 전환은 공공재생에너지를 이 지역에 만들어 일자리를 확보하고 지역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후재난으로부터 노동자와 농민, 일반 시민의 일과 삶, 모두의 존엄과 안전,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만들어가야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방향을 잡고 만들어가면 안될 것이 아니다. 태안에서부터 공공재생에너지 기반을 만들면 된다. 집행 권한을 가진 정부, 법을 만드는 국회가 움직이지를 않고 있다. 이 시대적 과제를 법과 집행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할 후보들이 지역과 비례대표 선거로 꼭 국회에 입성해 정의로운 전환을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오늘날 지구는 전세계 인구를 부양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으로 인한 소수의 과잉된 욕망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것입니다. 빈부격차의 심화와 부의 세습으로 인해 성장을 해도 이 세상은 언제나 늘 결핍 상태이죠. 결국 이 세상의 결핍은 성장을 못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이 정의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략) 우리가 이 세상을 정의롭게 바꾸지 않는다면 기후위기가 이 세상을 무너뜨리게 될 것입니다.'(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녹색정의당 비례후보 출마 기자회견 내용 중)


우리는 어디서 서로 도움과 감사를 나눴는지 모를 뿐 서로에게 깊이 상호 의존해왔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하며 서로의 존엄과 안전, 생명을 지키는 정의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삼촌, 이모들은 이 사단 앞에서 자신의 생계와 가족들의 생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이들의 상황, 선택, 미래를 그들의 문제로 홀로 남겨둘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의 노력은 나를 위한, 내가 만나는 아이들을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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